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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노인과 바다 건너편

입력 2025-06-09 08:19

[신형범의 포토에세이]...노인과 바다 건너편
가수 보아의 2003년 히트곡 《아틀란티스 소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 먼 바다 끝엔 뭐가 있을까. 다른 무언가 세상과는 먼 얘기…”

산티아고는 쿠바섬 해변 오두막에 혼자 사는 어부입니다. 젊을 땐 힘 세고 실력 좋은 어부였지만 세월을 이기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늙었고 운수도 사나워서 석 달 가까이 물고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유일한 말동무이자 그를 따르는 이웃 소년 마놀린도 곁에 없습니다. 마놀린의 아빠가 재수 없는 노인과 어울리지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산티아고는 운을 믿습니다. 물고기를 못 잡은 지 85일째 되던 날, 혼자 노를 저어 먼바다로 나갑니다. 운이 좋았던지 엄청난 청새치가 입질을 합니다. 자기가 평생 낚은 어떤 물고기보다 큰 놈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놈과의 사투가 시작됐습니다. 고통이 늙은 몸을 덮쳤고 손은 낚싯줄에 쓸려 피범벅이 됐습니다.

그렇게 싸우길 사흘째 아침, 해가 떠오르고 지칠 대로 지친 산티아고는 드디어 수면 위로 튀어 오른 청새치의 옆구리에 작살을 찔러 넣었습니다. 사방은 온통 피바다로 변했습니다. 사흘 간의 기싸움과 몸싸움 끝에 잡은 물고기는 너무 커서 배 위로 끌어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배 옆에 밧줄로 묶고 항구로 향하면서 늙은 어부는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그런데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가 몰려들어 청새치를 뜯어먹었고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청새치는 앙상한 뼈만 남았습니다. 기진맥진한 산티아고는 자기 오두막으로 들어가 물을 한잔 마시고는 깊은 잠에 빠져 사자 꿈을 꿉니다.

산티아고의 싸움은 패배로 끝난 건가요. 상어 떼의 습격을 받고 비록 파멸했을지언정 자신이 세운 목표, 즉 큰 고기를 낚았다는 점에서 산티아고는 승리했습니다. 숙명적인 패배는 패배 속의 승리이며 실존적 승리입니다. 헤밍웨이는 대표작 《노인과 바다》에서 인간의 실존적 주제를 정교하고 힘 있는 상징을 통해 알려줍니다.

산티아고의 오두막이 있는 쿠바섬에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콜롬버스가 500년 전에 왔던 바닷길을 거꾸로 가면 오늘 사진 포르투갈 리스본 해변에 가 닿을 수도 있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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