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tvN 드라마 ‘서초동’의 건물주 김형민 역으로 찾아온 염혜란은 따뜻하다. 매일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출근하는 어쏘 변호사(법무법인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변호사) 5인방의 희로애락 성장기를 담아낸 드라마에서 김형민(염혜란 분)은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갓물주. 버킷 리스트를 소중히 품고 꿈을 하나씩 이뤄가는 그는 자신의 재단을 설립해 장학생을 지원하고, 소유한 건물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을 통합해 제 이름을 건 법무법인을 개설하기도 한다. 이처럼 큰 꿈을 차근히 이뤄가며 따뜻함을 나누는 그는 법무법인 형민의 고문으로서 법조인을 키우는데 일조하며 로스쿨 수습생들을 형민에서 실습하게 하는가 하면, 수업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이며 직접 사건을 위임하기도 하는 등 고문님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초동’에서 염혜란은 따뜻한 기둥 같은 역할로 훈훈함을 더한다. 어쏘 변호사들의 일상을 그리는 드라마 속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좋은 어른으로 찾아온 그는 염혜란이기에 더해지는 시청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속 깊이 선한 인물로 완성됐다. 뒤에서 묵묵히 어쏘 변호사들의 고충을 이해할 때의 염려스러운 표정과 고문으로 대표 변호사들의 고충을 살피고 조율하는 모습은 똑 부러지면서도 믿음직스럽다. 그런 어른이 법무법인 형민에서 든든하게 자리함에 변호사들의 보금자리마저 따뜻하게 느껴진다.
염혜란의 선함을 이어가는 형민이 있다면, 은화(염혜란 분)는 염혜란의 반전에 이른다.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는 84제곱미터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강하늘 분)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예측불허 스릴러다. ‘84제곱미터’의 전은화는 한자 이름 ‘錢銀貨(돈 전, 은화 은, 재물 화)’로 ‘돈, 돈, 돈’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재력가이자 권력가로서 결이 다른 야망가로 부로써 부를 축적한다.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며 입주민 대표로서 입주자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는 그녀는 권력의 최상층에서 층간 소음에 고통스러워하는 입주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것 같지만 속은 다른 야망을 품고 있는 인물. 권력을 어떻게 쥐고 흔들 수 있는지를 알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공공의 피해도 서슴지 않는 은화를 염혜란은 대외적으로는 선하고 친절한 인물로, 실체는 이기적이고 야욕 넘치는 인물로 완성해 양면성을 극명하게 그림으로써 극의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염혜란의 이 같은 연기 변신은 앞서 선보인 ‘폭싹 속았수다’ 속 광례(염혜란 분)와는 천차만별인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재력가가 된 염혜란의 180도 다른 두 캐릭터가 드라마와 영화 속 또 다른 염혜란을 만나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매 작품 얼굴을 갈아끼우는 열연으로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배우 염혜란의 작품을 따라가며 만나는 새로운 인물들이 신선함과 반가움을 더하며 새로운 염혜란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염혜란이 출연하는 드라마 ‘서초동’은 매주 토, 일 밤 9시 20분 tvN을 통해 방송되며 ‘84제곱미터’는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한승균 기자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