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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중국은 공대, 한국은 의대

입력 2025-08-22 08:21

[신형범의 千글자]...중국은 공대, 한국은 의대
최근 K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인재전쟁》은 ‘중국 청년들은 공대에 미쳐 있는데 한국은 왜 의대에 미쳐 있나’라는 전혀 ‘새롭지 않은’ 주제를 다뤘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피눈물나는 노력을 쏟는 건 한국과 중국이 다르지 않은데 목표가 다릅니다. 제목처럼 중국은 공대, 한국은 의대입니다.

중국 인재들이 공대로 몰리는 건 미래를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창업으로 대박이 날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구조가 잘 설계돼 있습니다. 보상은 당연히 의사보다 큽니다. 해외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데도 열심입니다. 한국보다 연봉이 몇 배가 높고 가용 연구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예로 작년 한국고등과학원(KIAS)을 퇴임한 한 교수는 중국 응용수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국내에서는 연구를 하고 싶어도 연구할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구비도 국내의 5배 이상 받았습니다. 옮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고소득이 보장되고 사회적 인정, 실패할 확률이 낮은 의사에 비해 이공계의 성공은 소수의 대박으로 묘사되고 실패는 이력서에 상처로 남습니다. 특히 외환위기와 몇 차례 국가적 위기를 겪으면서 평생고용 신화는 깨지고 기업이나 사회가 더 이상 개인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고급 인력들은 평생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의.치.한.약(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으로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공계는 직장에서 잘리고 동네 치킨집을 하다 망해버리는 괴담(?)이 ‘근거 있게’ 떠돌았습니다. 그러니 부모와 학생들에게 의대는 확실한 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안정성과 인정 충족은 자식의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강요이기도 합니다. 의대로 쏠리는 학생과 학부모를 이기적 탐욕이라고 몰아붙일 일만도 아닙니다. 능력과 실력만 된다면 누구나 같은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개인의 용기, 도덕, 윤리, 사명감에 호소하는 건 위선이고 억지입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사회적 시스템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합니다. 보상, 위험, 인정의 구조가 의대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부터 다시 설계해야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매번 이공계를 키우겠다고 하면서 정책과 제도는 방향을 다른 쪽을 겨냥합니다. 실패는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규제와 조달은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합니다. 연구비는 단기 실적에 묶고 성과의 소유권은 흐릿하게 만듭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과 자원을 움직이는 동력은 결국 돈입니다. 그건 원하든 원치 않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의사, 변호사 같은 자격증이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안락한 고소득을 보장하고 지금처럼 이공계가 발붙이기 힘든 사회구조를 새로 설계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절대 풀 수 없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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