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상속 분쟁 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목소리다.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며 간병이나 생활비 지원을 도맡은 자녀가 정작 상속에서는 동일한 지분만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만이 제기되면서 법적으로는 ‘기여분’ 제도를 통해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민법 제1008조의2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식에 특별히 기여한 경우, 상속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전통적으로는 재산 형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경우(사업 지원, 부동산 구입 자금 제공 등)가 인정 대상이었지만, 최근 판례에서는 돌봄·간병·생활비 부담도 기여분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조금씩 강화되고 있다.
실제 사례에서, 수년간 부모를 간병하며 병원비와 생활비를 부담한 자녀에게 법원이 일정 부분 기여분을 인정해 다른 형제보다 많은 상속분을 배분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법원은 단순한 도의적 부양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가 객관적으로 평가 가능한 수준의 기여가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따진다.
예컨대 ‘같이 살면서 병간호를 도왔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병원비 영수증, 송금 내역, 동거 기간, 가족들의 진술 등이 종합적으로 증명돼야 한다. 또 생활비 지원도 단순 용돈 차원이 아니라, 부모 생계 유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정진아 변호사는 “간병이나 생활비 부담은 과거에는 도덕적 책임으로만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법적으로 기여분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특별한 기여’임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법원 판단에서 배제되기 쉽습니다”라며 “상속 분쟁을 대비한다면 평소에 생활비 송금 내역, 병원비 지급 증빙 등 객관적인 자료를 꾸준히 모아두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고령화와 가족 해체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누가 부모를 돌보고 경제적 부담을 나누었는지는 단순한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법적 분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한 준비는, 부모가 살아계실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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