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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표준어, 필요한가?

입력 2025-10-10 08:46

[신형범의 千글자]...표준어, 필요한가?
긴 연휴가 끝났습니다. 오늘 휴가를 쓰면 사흘을 더 연장할 수 있다지요. 평소엔 관심도 없다가 한글날 즈음이면 한글과 우리말에 대한 생각들이 쏟아집니다. 나 따위가 아무리 떠들어도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우리 ‘표준어 제도’는 당장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지역 중산층이 보편적으로 쓰는 말’로 규정한 표준어가 과연 합당한가,라는 의문을 오래 전부터 가졌습니다(내가 경상도 출신이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표준어는 보통 국가, 교육, 미디어 등 공적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쓰는 말로 규정하지만 우리처럼 온 나라가 사회적, 정서적으로 강제하다시피 하는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채택한 표준어에 대한 개념은 단순히 언어규범이 아니라 역사적, 정치적 선택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우리 표준어는 특정 지역, 특정 계층의 말을 규범화하고 그것을 ‘표준’으로 인정하는 과정에서 언어적 위계와 지역적 편견,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합니다. 이는 표준어가 단지 통일된 의사소통을 위한 기술적 도구라는 주장만으로 정당화할 수 없고 설득력도 떨어집니다.

우리 ‘표준어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가 쉽지 않지만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언어의 지역적 차별을 조장합니다. 서울 이외의 모든 지역에서 쓰는 어휘와 억양, 문법을 ‘무교양’ ‘낮은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낙인 찍기 쉽습니다. 이는 동시에 교육, 채용, 미디어 등 여러 영역에서 차별로 이어집니다.

다음은 일상생활과 교육, 미디어에서 서울형 표준을 ‘정상’으로 제시하면서 지역언어를 단숨에 ‘비정상’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러다 보면 방언의 계승과 세대의 단절이 가속화됩니다. 지역어의 사용빈도와 전승 기반이 약화되면 각 지역 사투리들은 제주어처럼 ‘사어(死語)’가 될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특히 고유어, 어미, 억양 등 언어의 비기능적 요소가 우선적으로 사라지면서 이는 단지 언어적 다양성의 소멸이 아니라 지역문화가 정체성을 잃게 되고 서울 중심화와 종속화로 이어집니다.

물론 표준어는 사회적 소통을 위해 필요하지만 서울지역 중산층을 보편적 표준으로 고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표준의 기능은 유지하되 제도와 교육, 미디어를 통해 지역 언어를 보존, 활성화하는 사회적 정서와 분위기, 제도가 병행돼야 합니다. 이는 단지 언어만의 문제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사회적 형평과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선열들이 몸을 던져 지켜낸 나라글을 아끼는 마음에서 끼적거려 봤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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