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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AI시대에는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더 중요

입력 2025-10-22 08:27

[신형범의 千글자]...AI시대에는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더 중요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가 최근 한 강연에서 “이제 글은 믿을 수 없으니 말하기 능력을 평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웬만한 글은 이미 AI가 더 빠르고 완성도 있게 써내기 때문에 앞으로는 글쓰기보다 이야기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강의을 듣지 않았지만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내용,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언어 기반의 텍스트생성 기술은 글쓰기와 문서 생성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특히 표준 문체, 정형화된 보고서, 기사 스타일의 글은 인간 못지 않게 잘 처리하기 때문에 단순 문장이나 표현능력 만으로는 인간이 경쟁우위를 가질 수 없게 됐습니다. 이제는 글을 잘 쓰는 건 경쟁우위보다는 기본적인 능력으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반면 말은 실시간 상호작용과 목소리톤, 억양, 호흡, 제스처, 시선 등 비언어적 요소가 개입해 텍스트로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청중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읽고 대처하거나 화제를 바꾸는 등의 유연함과 임기응변이 가능합니다. 청자의 표정, 질문, 분위기를 보면서 즉석에서 조정이 가능하고 흐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음색, 억양, 목소리 떨림, 속도, 멈춤 등 말투의 미묘한 변화로 감정 전달이 가능하고 말하는 태도와 눈맞춤, 제스처 같은 요소들이 메시지에 신뢰와 설득력을 더 해줄 수도 있습니다. 또 같은 내용의 텍스트라도 스토리텔링, 후킹, 리듬 등 말하는 방식에 따라 듣는 사람의 느낌도 달라집니다.

AI는 설득력 있는 문장을 만들 수는 있지만 어떤 문장을 선택해 어느 타이밍에 말할 것인지, 강세를 어느 단어에 줄 것인지, 어떤 구조로 이야기를 풀 것인지 등은 여전히 인간의 기획과 설계능력에 미치지 못합니다. 결국 중요한 메시지나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선 어떻게 이야기할지, 어느 타이밍에 강조할지 같은 연출능력은 아직 AI가 흉내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정재승 교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식도 답안지를 작성해 제출하는 대신 질의응답 프로그램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면접방식도 3~4시간 대화를 통해 말하는 태도와 적극성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글쓰기 능력이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제 인간은 이야기를 직접 만들기보다 AI가 만든 이야기를 뛰어난 안목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변형, 보완하는 주체가 될 것입니다. 인간은 AI가 초안을 제시하면 그것을 재해석하고 가공하는 능력, AI가 놓친 맥락을 찾아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즉 글쓰기와 말하기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재정의 될 것입니다.

이제 인간은 소설 연극 등 예술작품에 몰입하는 경험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예술을 통해 공감능력을 키우기 때문에 성장기에 소설 연극 영화 같은 것을 많이 보면서 타인에 대한 공감력을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특히 책은 영상에 비해 정보량이 적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전두엽을 포함한 뇌 전체를 두루 발달시켜 중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뇌과학자의 의견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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