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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집밥 많이 먹은 사위

입력 2025-12-05 08:01

[신형범의 千글자]...집밥 많이 먹은 사위
《꼰대희》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김대희라는 코미디언이 ‘부산 출신’ ‘1964년생 용띠’라는 가상 캐릭터를 내세워 젊은 아이돌 스타 같은 사람들을 초대해 같이 밥을 먹는 컨셉트입니다. 초청된 게스트가 좋아하는 음식을 미리 한상 차려 놓고 마주 앉아 ‘꼰대희’가 “밥 묵자”라고 말하면 그 때부터 얘기가 시작됩니다.

꼰대희는 젊은 게스트가 자기보다 먼저 수저를 들거나 음식을 먼저 먹으면 ‘꼰대답게’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성과 이름, 본관을 묻고 부모님 성함을 얘기할 때도 ‘예법’에 어긋나면 또 한바탕 잔소리를 쏟아냅니다. 요즘 MZ들이 보면 전형적인 ‘꼰대’가 맞습니다.

예전에 한 방송에서 사회자가 출연자에게 “어떤 사위를 얻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나이 지긋한 그 여성 출연자는 “집밥을 많이 먹고 자란 사람이면 좋겠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질문에는 ‘건강하고, 성품 좋고, 배려심 있으며 무엇보다 자기 딸을 사랑하는 사람’ 같은 대답을 기대하는데 의외의 답이 나와서 신선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가만 생각해 보니 ‘집밥’에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가 들어 있습니다. 가정예절은 대부분 식탁예절입니다. 빙 둘러 앉아 식사하면서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려라’ ‘흘리지 말고 남기지 말아라’ ‘쌀 한 톨이 오를 때까지 수고한 많은 손길에 감사해야 한다’ 등등 식사하면서 다양한 대화들이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제일 좋은 반찬은 대화’라는 말처럼 서로 정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이성친구 얘기, 떨어진 성적 걱정, 동네에 떠도는 소문 같은 것도 오가는 게 식사시간입니다. 그런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어른을 공경하고 다른 사람을 돌아볼 줄 알 것입니다. 더불어 정성과 사랑이 담긴 집밥을 많이 먹었으니 인스턴트음식을 주로 먹은 사람보다 건강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맞벌이, 1인가구 증가, 배달음식, 간편식, 혼밥 문화의 확산 등으로 가족이 함께 앉아 밥을 먹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입니다. 편리하지만 대화, 공동체, 정체성, 가정교육 같은 문화적 기능이 약화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집밥 많이 먹고 자란 사람’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조금 비약하면 집밥은 한 가정의 전통문화이면서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한 가족이지만 집에 들어오면 각자 방에서 휴대폰과 컴퓨터로 시간 보내기 일쑤인 요즘엔 특히 집밥은 가족 간 정서적 안정을 지키는 구심점이 되고 세대 간 벽을 허무는 시작점이 되는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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