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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융합영상예술학회-한국정보기술응용학회 공동개최. '제1회 AI 실험예술영상제' 성료

입력 2025-12-23 17:04

- 인간의 프롬프트 개입 없는 순수 AI 창작예술, 인간 작품과 경쟁 무대에 서다!
- 총 31점 출품…인간 창작물 17점, 순수 AI 창작물 14점

대상 수상작 - [유리 사이에 남은 말] 순수 AI 예술창작 출품작. (사진제공=한국융합영상예술학회)
대상 수상작 - [유리 사이에 남은 말] 순수 AI 예술창작 출품작. (사진제공=한국융합영상예술학회)
[비욘드포스트 이봉진 기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생성한 창작 결과물이 공모전 무대에서 인간 창작물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되며, 예술의 정의와 창작 주체를 둘러싼 새로운 논쟁을 촉발했다.

한국융합영상예술학회(회장 이기호 백석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와 한국정보기술응용학회(회장 정철호 목원대학교 교수)가 공동 주최한 ‘제1회 2025 인공지능(AI) 실험예술 영상제 작품공모전’은 지난 12월 20일, 백석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작품 상영과 심사를 끝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처음 열리는 이번 공모전에는 총 31점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이 중 인간 창작물 17점, 프롬프트 개입 없이 순수하게 AI의 판단으로 생성된 창작물 14점이 포함됐다.

생성형 AI 기반의 영상·이미지 작품을 대상으로 하되, 영상·디자인·순수예술에 국한하지 않고 ‘프롬프트아트’, ‘데이터아트’, ‘알고리즘아트’, ‘생성규칙 기반 아트’, ‘코딩·센서·시뮬레이션 기반 데이터 활용 작품’들까지 포괄한 실험예술 공모전이라는 점에서 기존 AI 공모전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였다.
제1회 AI실험예술영상제 작품공모 포스터. (사진제공=한국융합영상예술학회)
제1회 AI실험예술영상제 작품공모 포스터. (사진제공=한국융합영상예술학회)
이번 영상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프롬프트 입력 없이’ AI가 자체적으로 산출한 창작 결과물의 공개경쟁이었다.


그간 AI 예술이 인간의 텍스트 명령과 설정값을 전제로 발전해 왔다면, 이번 공모전은 그 전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실험의 장이었다는 평가다.

AI가 단순한 제작 보조 수단을 넘어, 창작 과정의 한 축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가 실제 경쟁 구도 속에서 검증된 셈이다.

다만 ‘프롬프트 없는 창작’은 인간의 개입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로 단순화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AI 창작 과정에는 여전히 사전 학습 데이터 구성, 모델 설계, 알고리즘 선택, 생성 규칙과 샘플링 방식, 자기평가와 재생성을 포함한 피드백 루프 등 복합적인 조건이 작동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출품작들이 던진 질문은 “인간의 언어 지시가 사라진 자리에서, 무엇이 의도이며 무엇이 창작인가”라는 근본적 문제로 귀결됐다.

이러한 담론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분야가 바로 프롬프트아트다. 출품된 프롬프트아트 작품들은 인간의 언어를 단순한 명령어가 아닌 사유의 틀(Framework)로 활용했다.

창작자는 결과물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개념 정의, 담론 구조, 가치 판단 기준을 프롬프트로 설계하고, AI가 그 안에서 해석·변주·재구성하도록 했다.

이는 프롬프트를 기술적 입력값이 아닌 인문학적 사유 장치이자 창작의 메타언어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전통적으로 창작은 의도를 가진 인간 주체의 행위라는 전제를 중심으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자율 생성 AI 작품들은 “의도가 명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의미 있는 형식과 감각적 구조가 생성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실제 작품 차원에서 제기하며, 창작 주체성(authorial agency)의 이동 가능성을 드러냈다.

프롬프트 기반 AI 창작이 인간 의도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면, 자율 생성 AI 창작은 의도–실행–결과로 이어지는 선형적 창작 구조 자체를 해체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결과물은 특정 개인의 감정이나 메시지를 직접 대변하지는 않지만, 데이터와 알고리즘, 확률적 선택과 반복 학습의 축적을 통해 비인격적이면서도 구조화된 감각을 드러낸다.

이는 예술을 ‘표현’의 산물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발현(emergence)’의 결과로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실제로 이번 공모전 심사 과정에서도 “AI 결과물의 감각과 의미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작품의 저자성은 인간·AI·데이터·알고리즘 중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어졌다.

이러한 논의는 이번 공모전이 단순한 작품 경연을 넘어, 동시대 예술 담론을 실험하는 장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첫 대상 수상작이 AI 작가에게 돌아가면서, 프롬프트 없이 AI의 자율적 판단으로 생성된 예술 창작물이 기술적 성취를 넘어 예술철학의 근본 개념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의미는 반드시 인간의 의식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의미 생성의 조건은 환경과 구조 속에서도 형성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이에 따라 예술을 둘러싼 권위 구조 역시 재편을 요구받고 있다.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어떻게 생성되었는가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인간은 의미의 ‘유일한 생산자’가 아니라 해석과 책임의 주체로 재위치화되고 있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유일한 창작자라는 지위에 머물 수 없다. 대신 창작 환경을 설계하고, 생성 구조를 이해하며, 결과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사회 역시 AI 창작을 위협이나 대체의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다, 인간 사유의 경계를 확장하는 거울로 인식하는 전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공동 주최 측인 한국정보기술응용학회 정철호 회장은 “이번 영상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하나의 창작 언어로 작동하는 시대를 본격적으로 다룬 실험적 무대”라며 “특히 프롬프트 개입 없이 생성된 작품의 출품은 예술의 정의와 창작 주체에 대한 질문을 사회적 공론장으로 끌어올린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AI 창작물의 예술성 판단 기준, 저작권 귀속, 학습 데이터 윤리, 표절 및 유사성 검증, 창작자 표기와 투명성 문제는 더 이상 미래의 논의가 아닌 현실적 과제로 부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CoViA 측은 향후 공모전을 지속가능한 창작·연구·교육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AI 실험예술영상제’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인공지능·데이터·알고리즘이 공동으로 창작을 구성하는 시대에 예술은 무엇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사회에 던지며 의미 있는 첫 출발을 알렸다.

bjle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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