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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그런다고 술이 없어질까

입력 2026-01-14 08:07

[신형범의 千글자]...그런다고 술이 없어질까
삼십대 초반인 아들은 전에 다니던 직장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함께 먹고 들어왔습니다. 생각보다 귀가 시간이 빨라서 얘기를 들어 보니 식사를 마친 후 보드게임하고 헤어졌다는 겁니다. 술은 안 마시냐고 물었더니 참석자 모두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요즘 흔히 있는 얘기입니다. 이런 추세가 우리나라 젊은이들만의 현상은 아닌 듯 영국의 성인 음주량은 20년 전 평균 14잔에서 지난 해 10.2잔으로 27%가 줄었습니다. 영국의 상징 ‘펍(Pub)문화’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태에 직면했다는 소식도 전해집니다. 실제로 작년에 400개가량의 펍이 문을 닫았고 올해도 비슷한 숫자가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응답한 성인이 54%로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맥주를 음료수처럼 마시는 일본도 맥주 출하량이 20년 전에 비해 약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최대 맥주회사 아사히는 2022년에 공장 2곳을 폐쇄했습니다.

사람들이 술잔을 내려 놓으면서 글로벌 주류업계는 전례 없는 경영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전세계 주류 소비량이 지난 해 대비 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9년과 비교하면 2% 낮아진 수치입니다. 세계 최대 증류주 업체 영국 디아지오는 최근 1년간 주가가 30%나 빠졌습니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주요 주류회사 50곳의 시가총액은 지난 4년 동안 약 8300억달러(1193조)가 증발했습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고령화, 고물가,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그 중심에 젠지(GenZ)가 있습니다. 이들은 술 없는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며 취하지 않고도 사교활동을 즐겁게 이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매년 1월 한 달 간 술을 끊는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나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술에 취하지 않은 멀쩡한 상태) 같은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젊은 세대는 확실이 이전 세대보다 알코올에 대한 관심이 적어 보입니다. 알코올을 건강에 안 좋은 물질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젊을수록 소량의 알코올 섭취에 엄격한 반응을 보입니다. 금주가 정상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속에서 디지털 기반의 사교활동, 생활비 상승,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가 결합돼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사용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수 세기 동안 인류의 사교와 문화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던 알코올이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음주의 탈중심화(Decentering Alcohol)’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술을 못 마시면 ‘분위기 깨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으로 대우받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알콜.저알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입니다. 글로벌 무알콜 음료 시장은 연평균 약 23%의 높은 성장률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해 기준 전체 시장규모는 약 9720억 달러(1400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참에 신사업의 기회를 이 쪽에서 찾아보는 건 어떨른지…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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