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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인 대구' 도라 마르의 얼굴은 왜 분절되었는가

입력 2026-03-03 11:38

해체된 시선 속에 스며든 1930년대의 불안과 조형적 전환

사진=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꾸바아트센터 차효준대표
사진=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꾸바아트센터 차효준대표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얼굴은 하나인데 시선은 여럿이다. 화면 속 인물은 한 방향을 바라보지 않는다. 정면과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고, 코와 눈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 있다. 균형은 의도적으로 어긋나 있고, 색은 충돌하듯 배치된다. 이 낯선 긴장은 단순한 변형이 아니다. 파블로 피카소가 1939년 제작한 도라 마르 초상은 한 인물의 재현을 넘어 시대의 균열을 담아낸다.

대구 바라크나눔갤러리에서 열리는 [피카소 인 대구]는 이 작품을 중심에 두고 피카소의 조형적 전환을 다시 읽어내는 기회를 마련한다. 도라 마르 초상은 이미 수많은 해석을 낳은 작품이지만, 실제 화면 앞에 서면 설명보다 먼저 색과 선의 압력이 다가온다. 붉은 색면은 긴장을 밀어 올리고, 푸른 색조는 얼굴의 분절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눈은 하나의 시점을 고정하지 않고, 보는 이의 위치를 흔든다.

도라 마르는 사진가이자 예술가였고, 피카소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 초상에서 도라 마르는 특정한 인물의 초상을 넘어선다. 화면 속 인물은 감정의 상태로 환원되지 않는다. 대신 여러 시점이 동시에 겹쳐지며, 인물의 내면과 외면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해체된다. 피카소는 한 얼굴을 통해 보는 방식 자체를 전복한다.

입체주의의 전개 과정에서 피카소는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이를 하나의 화면 안에 통합하는 방식을 발전시켰다. 초기 입체주의가 사물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면, 도라 마르 초상은 인물의 심리와 시대의 공기를 그 구조 안에 끌어들인다. 1930년대 후반 유럽은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시기였다. 불안과 긴장이 사회 전반을 뒤덮고 있었다. 도라 마르의 분절된 얼굴은 단지 형식적 실험이 아니라, 그 시대의 균열을 반영한 결과로 읽힌다.

이번 전시에서 도라 마르 초상은 단독으로 고립되지 않는다. 인상주의의 빛을 탐구한 클로드 모네의 화면, 격정적인 붓질로 감정을 밀어 올린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과 함께 배치된다. 모네의 수련이 빛의 층위를 탐구했다면, 반 고흐의 강 풍경은 감정의 결을 드러낸다. 그 사이에서 피카소의 초상은 형태의 해체를 통해 인물의 복합적 시점을 제시한다. 세 화가의 화면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지만,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피카소 인 대구' 도라 마르의 얼굴은 왜 분절되었는가
도라 마르 초상의 색채는 충돌과 균형 사이를 오간다. 붉은색과 초록색, 푸른색이 맞부딪히며 얼굴의 분절을 강조한다. 선은 단호하고 날카롭다. 부드러운 음영 대신 단절된 면이 화면을 지배한다. 피카소는 전통적 초상화가 지녔던 단일 시점을 거부한다. 대신 여러 시점을 한 화면에 중첩시킨다. 이로써 인물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로 변모한다.

이번 [피카소 인 대구] 전시는 이러한 구조적 실험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판화 작품과 스케치북 일부도 함께 선보이며, 하나의 초상이 완성되기까지의 사유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드로잉에서 시작된 선은 판화로 이어지고, 다시 유화의 강렬한 색면으로 확장된다. 매체는 달라지지만, 사유의 흐름은 끊어지지 않는다.

꾸바아트센터 차효준 대표는 “도라 마르 초상은 피카소 예술의 긴장을 가장 밀도 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형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인물의 존재감이 더 강해진다는 점이 이 작품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한 점의 작품을 통해 시대와 조형 언어를 함께 읽어내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관람객은 이 초상 앞에서 한 번에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화면을 따라 이동하고, 분절된 면 사이를 오간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지지만, 반복해 바라볼수록 구조의 질서가 드러난다. 해체는 파괴가 아니라 재구성의 출발점임을 알게 된다.

도라 마르의 얼굴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다. 분절된 시선은 오히려 더 넓은 세계를 포괄한다. 피카소는 인물을 통해 시대를 담아냈고, 구조를 통해 감정을 드러냈다. [피카소 인 대구]는 이 복합적인 조형 언어를 대구라는 공간 안에 밀도 있게 펼쳐 보인다.

한 점의 초상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보고 있는가. 도라 마르의 분절된 얼굴은 그 질문을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되묻는다. 이번 전시는 그 물음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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