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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가 바꾼 도시의 품격…인천시, 세계가 인정한 생태환경 수도로 비상

송인호 기자

입력 2026-07-07 09:03

EAAFP 20주년, 세계 최초 IUCN 생물다양성 인증…20년 생태보전 결실
430마리에서 7081마리로 ↑…저어새가 증명한 인천의 지속가능한 미래
시민·국제사회가 만든 생태외교…이제는 ‘세계 환경 거버넌스’ 중심도시

도심 고층건물과, 산업단지 옆에 조성된 저어새 서식지, 남동유수지 인공섬에서 저어새들이 번식, 휴식하고 있다. /인천시
도심 고층건물과, 산업단지 옆에 조성된 저어새 서식지, 남동유수지 인공섬에서 저어새들이 번식, 휴식하고 있다. /인천시
인천=비욘드포스트 송인호 기자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는 자연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 시민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가,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로 평가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은 새로운 도시 경쟁력을 세계에 증명하고 있다.

산업과 항만, 공항의 도시였던 인천이 이제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생태환경도시로 또 하나의 도시 브랜드를 완성했다. 그 중심에는 작은 철새 한 마리가 있다. 주걱 모양의 부리를 가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저어새'다.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20주년 기념행사'는 단순한 국제회의가 아니다. 인천이 지난 20년 동안 국제사회와 함께 만들어온 생물다양성 보전 성과를 공식적으로 확인받는 역사적인 무대다.

특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생물다양성 우수 인증은 세계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생태보전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도시정책으로 실현된 대표 모델이라는 국제적 평가이기도 하다.

철새가 선택한 도시…세계 환경외교의 중심이 되다

철새는 국경을 넘는다. 번식지와 기착지, 월동지가 하나라도 훼손되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결국 철새를 지키는 일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 과제다.

이같은 인식 속에서 출범한 EAAFP는 현재 18개국 정부와 국제기구, 환경단체, 기업 등 42개 파트너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철새보전 협력체다.

인천은 2009년 EAAFP 사무국을 송도에 유치하면서 국제 철새보전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사무국을 유치한데 그치지 않았다. 국제회의 개최, 철새이동경로 연구, 국제 네트워크 확대, 시민교육, 환경협력사업 등을 꾸준히 추진하며 철새보전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EAAFP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관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선출되면서 국제 환경정책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핵심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환경을 보전하는 도시를 넘어 국제 환경 거버넌스를 이끄는 도시로 성장한 것이다.
남동유수지 내 저어새 생태학습관에서 열린 저어새 생일잔치. /인천시
남동유수지 내 저어새 생태학습관에서 열린 저어새 생일잔치. /인천시
◇430마리에서 7081마리…저어새가 써 내려간 기적

인천의 생태정책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는 단연 저어새다. 1995년 전 세계 저어새는 불과 430마리. 국제사회는 멸종을 우려했고 IUCN은 가장 위험한 단계인 '위급(CR)'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30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2025년 현재 전 세계 저어새는 7081마리까지 늘어났다. 개체수는 약 16배 증가했고 멸종위기 등급도 '취약(VU)' 단계로 개선됐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인천이 있다. 현재 전 세계 저어새의 약 54%인 3828마리가 인천에서 살아간다. 특히 남동유수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저어새 번식지로 성장했다.

2009년 첫 번식이 확인된 이후 지금은 매년 1000마리 이상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생태 명소가 됐다. 도심과 산업단지 사이에서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 안정적으로 번식한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이는 시가 인공섬 조성, 포식자 차단시설 설치, 탐조시설 개선, 가락지 부착조사, 지속적인 서식지 관리 등을 장기간 추진한 결과다.

저어새 개체수 증가는 단순히 새가 늘어난 것이 아니다. 갯벌과 습지, 연안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객관적 증거이며 도시개발과 자연보전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상징적 성과다.

◇시민이 지킨 생태도시…환경은 함께 만드는 자산이다

인천의 성공은 행정의 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도시를 움직인 것은 시민이었다.

저어새생태학습관에서는 생태교육과 체험프로그램, 시민 모니터링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1만6000여 명이 교육과 홍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아이들은 저어새를 배우고, 시민들은 철새를 기록하며, 전문가들은 연구를 이어간다. 환경보전의 주체가 행정기관에서 시민으로 확대된 것이다.

국제협력 역시 눈에 띈다. 인천은 대표적인 저어새 월동지인 홍콩과 자매서식지 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와 학생교류, 국제포럼, 공동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철새가 이동하는 길을 따라 도시와 도시가 연결되고, 국가와 국가가 협력하는 새로운 생태외교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저어새는 이제 단순한 보호종이 아니라 국제협력의 상징이 됐다.
EAAFP 20주년 기념행사 및 국제포럼 포스터. /인천시
EAAFP 20주년 기념행사 및 국제포럼 포스터. /인천시


◇다음 20년…인천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날아오른다

EAAFP 출범 20주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기후변화는 철새의 이동경로를 바꾸고, 갯벌과 습지는 점점 더 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욱 분명하다. 갯벌과 습지, 하천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생물다양성을 도시계획 전반에 반영하며, 미래세대가 환경보전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야 한다.

생물다양성은 더 이상 환경 분야만의 과제가 아니다. 도시의 경쟁력이자 시민의 삶의 질이며, 미래세대에게 남겨줄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정승환 인천시 환경국장은 "이번 행사는 지난 20년간 인천이 국제사회와 함께 만들어 온 철새보전과 생물다양성 협력의 성과를 세계와 공유하는 자리"라며 "저어새 보전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인천이 국제적인 생태환경도시이자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어새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다시 인천을 찾아온다는 사실 자체가 이 도시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20년 전 세계는 멸종을 걱정했지만, 오늘 세계는 인천을 주목하고 있다. 저어새를 지킨 도시는 결국 사람의 미래도 함께 지켜냈다. 그리고 지금 인천은 자연과 도시, 시민과 국제사회가 함께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도시의 새로운 표준을 세계 앞에 제시하고 있다.

송인호 기자 sih31@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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