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해수욕장이나 워터파크처럼 이용객 간 거리가 가깝고 움직임이 많은 장소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신체 접촉을 둘러싸고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혼잡한 상황을 이용해 상대방의 신체를 의도적으로 만졌다면 강제추행이나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가 문제될 수 있다. 물속이나 인파가 밀집된 장소에서는 CCTV 영상이 충분하지 않거나 목격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당시 상황과 접촉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흔히 강제추행은 상대방을 강하게 붙잡거나 저항하기 어렵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성립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폭행·협박을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그 입장을 변경하였고 강제추행의 성립이 넓어진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별도의 폭행 없이 추행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죄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사람이 붐비는 워터파크나 축제 현장에서 상대방의 특정 신체 부위를 갑자기 만지는 행위 자체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이면서 추행으로 평가된다면, 별도의 강한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사람이 떠밀리거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신체가 닿은 경우까지 모두 기습추행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접촉한 신체 부위와 방법, 행위가 이루어진 경위와 당시 주변 상황, 당사자 사이의 관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해 추행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중교통수단이나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에 따른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추행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적용되는 죄명이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 자체가 강제추행죄에서 요구하는 유형력의 행사이자 추행에 해당한다면 기습추행 형태의 강제추행죄가 문제될 수 있고,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의 추행에 해당한다면 공중밀집장소추행죄의 성립 여부도 검토될 수 있다. 구체적인 행위의 방식과 장소, 당시 정황 등에 따라 적용되는 법조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는 단순 신체 접촉 사실만으로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사건 당시 동선과 시간대 등 확보 가능한 자료를 토대로 접촉 경위와 구체적 행위 형태를 살펴보며, 직접적인 영상이나 목격자가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여부도 함께 검토한다.
결국 휴가철 해수욕장이나 워터파크처럼 신체 접촉이 발생하기 쉬운 장소에서 우연한 접촉이나 오해로 강제추행 혐의를 받게 됐다면 단순 접촉 사실만으로 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사건 초기부터 접촉의 방법과 경위, 당시 상황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법무법인 열연 형사전문 김태환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bp_ks@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