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내 기도는 주로 원하는 것들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는 것투성이었습니다. 공부는 뒷전이었으면서 시험에 아는 문제만 나오기를 바라고 친구의 새로 산 운동화가 부러워서 똑 같은 걸 갖고 싶다고 했던 적도 있습니다. 간절함을 담아 기도하면 이루어진다고 믿은 어린 신앙은 점점 기도를 믿지 않게 됐고 무언가를 바라는 기도는 그 후로 안 하게 됐습니다.
사는 게 대개 그렇지만 생각 대로 되는 일보다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할 때마다 나는 ‘차선들이 모여 최선이 된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내가 원하는 걸 잡지 못한 것을 합리화했던 것 같습니다.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않습니다. 대신 매일 내 힘으로 일어서서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고, 배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위해 기도합니다. 할 수 있는 것과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을 분별하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할 생각입니다.
그것도 하다하다 정말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을 때에 기도에 매달려 보려고 합니다. 한없이 추락하던 어느 날에 위로 받을 단어를 찾기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내 기도의 말이 신에게 가서 닿기 전에 우선 내 귀와 가슴에 와 닿기를 바랍니다.
성공의 은혜가 아니라 실의에 빠졌을 때 신의 귀한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기도의 응답은 바라는 걸 이루는 게 아니라 흙탕물 같은 마음을 정화해 평온과 냉정을 되찾게 하는 것입니다. 이젠 기도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와 다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07년도 영화 《에반 올마이티》의 명장면을 다시 떠올립니다. “인내를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그 사람에게 인내심을 줄까요, 아니면 인내를 발휘할 기회를 주실까요? 용기를 달라고 하면 용기를 주실까요,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주실까요?”
만약 기도하는 모든 이의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진짜로 세상이 좋아질까요? 삶에 맑은 날만 계속 이어진다면 이 땅은 꽃과 나무가 자라지 않는 사막이 될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 별을 볼 수 있고 빗속을 통과해야 무지개를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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