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단보도 사고에서 흔히 생기는 오해는 보행자가 갑자기 도로에 진입했거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걸었다면 운전자에게 책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보행자의 행동은 과실비율과 사고 회피 가능성을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형사사건에서는 운전자가 횡단보도에 접근하면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별도로 살핀다.
특히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중대한 법규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에게 일정한 과실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절차가 당연히 종료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해 정도와 운전 경위, 보행자 발견 가능성, 사고 전후 조치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사고 장소가 횡단보도라는 사실만으로 운전자의 모든 과실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보행자가 어떤 위치에서 진입했는지, 차량과의 거리는 어느 정도였는지, 당시 신호와 차량 속도는 어떠했는지 등이 중요하다. 야간이나 우천 상황이었다면 조도와 시야 확보 정도, 주변 차량에 의해 보행자가 가려졌는지도 사고 회피 가능성과 연결된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 형사사건에 대응할 때도 사고 직후 확보한 객관자료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블랙박스 영상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CCTV, 차량 파손 부위, 현장 사진, 신호 주기와 도로 구조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영상이 있다면 보행자가 화면에 처음 나타난 시점부터 충돌까지의 시간과 차량의 움직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교통사고 운전자라면 형사책임과 민사상 과실비율을 구분해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험상 보행자에게 일부 과실이 인정됐다는 사정이 형사책임을 같은 비율로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은 운전자의 전방주시와 감속 여부, 제동이나 조향으로 충돌을 피할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객관자료와 대조해 판단한다.
사고 직후 진술 역시 신중하게 정리해야 한다. 당황한 상태에서 “보행자를 전혀 보지 못했다”거나 “모두 내 잘못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면 이후 확보된 영상과 진술 사이에 불일치가 생길 수 있다. 기억나는 사실과 블랙박스·CCTV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하는 부분을 구분하면서 사고 당시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횡단보도 사고는 보행자의 과실 유무만으로 형사책임을 판단하지 않는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언제 발견할 수 있었는지, 당시 속도와 거리에서 실제 회피가 가능했는지 객관자료를 토대로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횡단보도 교통사고에서는 ‘누구의 잘못이 더 큰가’라는 단순 비교보다 사고가 발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형사절차에 대한 우려가 큰 사고라면 블랙박스와 CCTV가 삭제되기 전에 자료를 보존하고, 피해 정도와 합의 여부, 운전 경위와 사고 후 조치까지 함께 정리해 사안에 맞는 대응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 법무법인 청연 대전분사무소 박연진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bp_ks@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