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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읽기를 못하면 쓰기도 못한다

이순곤 기자

입력 2026-08-26 06:57

구글이미지 캡쳐
구글이미지 캡쳐
언어는 구어와 문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다시 구어는 듣기와 말하기, 문어는 읽기와 쓰기로 구분합니다. 이 중에서 듣기와 읽기는 ‘입력’ ‘습득’과 관계가 있습니다. 즉 외부의 정보와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활동입니다. 이에 비해 말하기와 쓰기는 ‘출력’ ‘표현’ 활동으로 이미 내 것이 된 것을 ‘모두의 것’으로 만듭니다. 언어능력은 이 네 가지를 얼마나 잘하는가로 판가름합니다.

구어는 타고나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생후 18개월쯤부터 자연스럽게 능력이 생깁니다. 굳이 애써서 노력하지 않아도 익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문자는 5000년쯤 전에 인류가 발명한 약속된 기호입니다. 입말과 달리 문자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게 아니라 어느정도 노력해야 획득할 수 있는 일종의 ‘기술’입니다.

구어는 발화되는 시간 동안에만 소리에 갇혀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문자는 개인 바깥의 공공 공간에 누구나 볼 수 있게 펼쳐지며 매체가 지속하는 한 영속합니다. 이처럼 개인의 뇌 바깥에 존재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문자는 객관적 분석, 비교, 비판, 성찰을 가능하게 하고 철학, 역사, 과학, 비평을 낳았습니다.

이 중에서 요즘 위기에 처한 기능이 ‘읽기’인 것 같습니다. 읽기 활동은 그 자체로 읽는 근육을 키워줍니다. 읽기에도 등급이 있어 실력이 좋을수록 같은 자료를 봐도 더 깊이, 더 꼼꼼하게, 더 많이 얻습니다. 같은 시간을 읽더라도 시간 대비 효율, 즉 시성비가 높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요즘 읽기가 점점 쇠락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 기기의 보급, 전체보다 짧은 발췌문을 선호하는 교육, 소셜미디어 및 숏폼 위주의 영상 소비,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점점 가속화되었습니다.

읽기 능력의 하락이 가져온 부정적인 영향은 특히 정치.사회영역에서 많이 관찰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 대통령의 소통방식은 구술사회와 잘 어울립니다. 트럼프는 미국 군함이 레이저로 이란 항공기를 명중시키는 그림과 함께 “레이저: 빙, 빙, 끝!!!” 이라는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낮은 수준의 읽기 시대에나 어울리는 소통방식입니다. 이런 트럼프식 소통이 온통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가볍고 변덕이 심합니다. 깊고 무겁고 복잡하고 어려운 글을 천천히 음미하는 건 허락되지 않습니다. 디지털은 인간의 읽기능력 하락에 불을 붙였습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자료를 조사하고 요약하고 정리할 수 있으니 읽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으로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읽기’를 멀리할수록 인간의 ‘읽는 근육’은 약해집니다. ‘읽기’는 ‘쓰기’를 전제로 합니다. 입력 없는 출력이 불가능하듯 읽기가 충실하지 않으면 타인의 내면과 깊이 접속할 기회를 차단당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선 텍스트를 진지하게 대면해야 스스로 쓸 수 있는 언어를 벼릴 수 있습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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