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방안전원 충북지부 백진수 대리

소방시설 '법적 기준'에서 '실질적인 안전'으로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비슷한 질문을 한다. 소방시설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안전점검은 실시했는지, 법적인 기준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되묻는다.
물론 이러한 질문은 중요하다. 소방시설을 적정하게 설치하고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관리하다 보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면 과연 그 시설은 정말 안전한 것인가?"
소방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2021~2025년) 화재 통계에 따르면, 봄철에 발생한 화재는 5만1594건으로 전체 화재의 26.9%를 차지했다. 특히 재산피해액은 약 2조8000억원으로 사계절 중 가장 높은 44.0%를 기록했다. 화재 원인을 살펴보면 담배꽁초, 쓰레기 소각, 음식물 조리 등 일상생활 속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53.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전기적 요인과 기계적 요인이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통계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화재는 반드시 특별하고 거대한 위험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작은 부주의와 관리 소홀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화기가 설치돼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주변에 적치물이 없는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지가 더 중요하다.
방화문과 소방시설도 마찬가지다. 설치돼 있다는 사실과 화재 상황에서 제 기능을 하는 것은 다르다. 방화문이 열린 채 방치돼 있거나 소방시설 주변에 물건이 쌓여 있다면, 법적 기준을 충족한 시설일지라도 정작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공장이나 창고, 위험물시설과 같이 화재가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시설에서는 이러한 관리의 빈틈이 더욱 위험하다.
따라서 화재예방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무엇을 설치해야 하는가'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설치된 시설이 실제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현장을 점검하다 보면 처음 시설이 설치됐을 당시에는 없었던 물건이 통로에 쌓여 있거나, 시설의 사용 형태가 변경되면서 새로운 위험요인이 발생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위험요인이 반복되고 방치되면서 결국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법적 기준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법적 기준은 안전의 종착점이 아니라 최소한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점검 역시 '기준에 적합한가'를 확인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현재의 사용환경은 안전한지,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떤 부분에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는지,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소방시설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화재예방은 소방시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의 관심과 현장구성원의 작은 실천, 그리고 위험요인을 발견했을 때 즉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법적 기준에 적합한가?'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안전한가?'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의 화재예방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대형화재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어쩌면 거창한 대책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작은 위험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신용승 기자 credit_v@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