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3.29(금)

자본硏, KOSPI200·S&P500 기업 CEO등 분석
2013~2021년 누적 증가율, 韓 138% 美 61%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국내 상장기업의 임원보수 공시는 2013년 사업보고서부터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이사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2018년부터 미등기임원을 포함한 상위 5명으로 확대 시행됐다. 따라서 공개시점마다 주요 기업의 임원보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21년 KOSPI200 기업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의 보수 중위수는 17.3억원이며 일반

직원 보수 대비 배율은 19.2배에 이르고 있다.

KOSPI200 임원보수를 S&P500의 최고경영자 보수와 비교하면 금액과 일반직원 대비 배율에 있어서는 1/10에도 못 미치는 작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2013년 이래 누적증가율은 S&P500 기업의 2배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의 ‘빠르게 늘어나는 상장기업 임원보수와 주주역할 강화 필요성’ 보고서에서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상장기업에서는 미등기 지배주주가 지배력을 이용해 최고경영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거나 경영성과에 무관하게 보수를 인상하고 여러 계열사로부터 중복해서 보수를 받는 특징이 관측되고 있다”며 “국내 상장기업에서도 과도한 임원보수에 대한 주주의 견제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대표적으로 주주승인투표(say on pay vote)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상장기업 임원보수 증가율 미국의 2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임원보수 공시가 시작된 2013년부터 누적증가율을 계산하면 S&P500 최고경영자 보수의 중위수는 60.7% 올랐지만 KOSPI200 중위수는 최고경영자 보수가 137.3%, 최고임원보수가 113.1% 늘어남으로써 S&P500 기업에 비해 각각 2.3배, 1.9배 크다.

2021년 사업보고서에서 공시된 KOSPI200 기업의 임원보수를 최고경영자가 받은 보수와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의 보수(이하, 최고임원보수)로 구분하여 중위수를 계산하면 최고경영자의 보수와 최고임원보수는 1년 전에 비해 각각 26.6%, 7.7% 증가한 11.9억원과 17.3억원이다.

한편 미국의 대표기업들로 구성된 S&P500 기업의 최고경영자 보수 중위수는 2021년의 경우 1년 전보다 9.7% 증가한 1,470만달러로 절대 금액에서 KOSPI200 기업의 임원보수보다 월등히 많다.

최고경영자 보수만 산출하는 미국과 달리 KOSPI200 임원보수는 최고경영자 보수와 최고임원보수를 구분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미국 기업에서는 기업의 경영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최고경영자가 가장 많은 보수를 받지만 국내 상장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임원이 존재한다. 단적으로 2021년 KOSPI200 최고임원보수 중위수는 최고경영자 보수 중위수보다 5.3억원 더 많다.

국내 상장기업에서 최고경영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임원들 대부분은 지배주주인 미등기임원이다. 특히 최고 보수를 받는 지배주주 미등기임원들은 기업 영업이익이 하락하거나 심지어 적자 상태에도 과거보다 늘어난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의 성과에 관계없이 고액의 보수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상장기업 임원보수 증가율 미국의 2배


이들 중에는 여러 개의 계열사 상장기업으로부터 동시에 보수를 받는 경우도 다수 확인되고 있다. 2013~2020년 기간 381명의 임원이 2~5개의 상장기업으로부터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8년 이후에는 이런 경향이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상장기업에서는 미등기 지배주주가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경영성과에 관계없이 최고경영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사례가 흔하며 기업지배구조 관점에서는 임원보수에 대한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22년 3월 4일 애플의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최고경영자 팀 쿡의 9,870만달러에 이르는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찬반투표가 있었다. 애플은 다른 미국 상장기업과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핵심 임원의 보수에 대해 매년 주주총회에서 주주승인투표(say on pay vote)를 시행하고 있는데, 약 1.3조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주주총회 이전부터 팀 쿡의 보수가 과도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 결과 2021년 주주총회에서 팀 쿡의 보수에 대한 찬성률은 95%에 달하였으나 2022년 주주총회에서는 64.4%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비록 팀 쿡의 보수가 부결된 것은 아니지만 저조한 찬성률은 향후 팀 쿡의 보수를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만들었다.

보고서는 “국내도 미등기 지배주주를 비롯한 고유의 기업지배구조 이슈 속에 고액 보수를 받는 임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보수 금액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주주승인투표 도입을 고려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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