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부주의 또는 불운으로 인해 각종 사고에 휘말릴 수 있다.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해프닝으로 그칠 수 있지만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해를 끼쳤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과실로 인해 사람의 신체에 상해를 입힌 자에게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하여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고 있다.
과실치상에서 말하는 ‘과실’은 정상적으로 기울여야 할 주의를 게을리하여 죄의 성립 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본래 고의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과실범인 경우에는 이러한 고의가 없지만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상태다. 따라서 모든 과실범을 처벌하지는 않으며 별도로 과실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할 수 있다.
또한 과실범의 불법성은 고의범에 비해 가벼운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처벌 수위도 약하다. 상해죄 역시 고의가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과실치상은 이보다 훨씬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부주의에 의한 범죄이기 때문에 피해자와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를 잘 진행하여 합의를 도출하면 상대적으로 선처를 구할 수 있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과실치상 혐의를 마냥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과실이 당사자가 생각하는 실수의 범위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주의의무를 기울였다 주장하더라도 실제로 혐의가 인정되어 처벌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사자가 직접 상해를 입힌 것이 아니라 관리하고 있던 물건 등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여 상해를 입힌 상태라 하더라도 과실치상이 성립하여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과실치상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개 물림 사고’다. 반려견은 민법상 ‘물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견주가 이러한 물건을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다른 사람이 물리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견주는 그에 대해 책임을 지고 과실치상으로 처벌받게 된다. 반려견의 견종이나 피해자의 연령, 피해 정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처벌 수위가 결정되며 만일 중과실, 중상해가 인정되면 예상보다 무거운 처벌도 받게 될 수 있다.
법무법인YK 이동훈 형사전문변호사는 “과실치상 사건은 당사자가 의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해자로 지목되었을 때 당황스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언을 하거나 피해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감정적인 대응은 사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고의가 없다 하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으므로 수사 대응을 비롯해 다각도의 전략을 수립하여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