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1월에 출간된 『어서와, 미술품 투자는 처음이지?』의 저자 엄진성은 “작품 가격 상승만이 유일한 관심사가 되는 순간,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투기이며, 예술 시장의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미술품 저작권 투자는 법적 개념이 생소하고 수익 구조가 모호하여 정보 비대칭이 극심한 고위험 상품이다. 투자자는 작품을 실물로 소유하거나 감상할 기회조차 없으며, 저작권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도 부족하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허점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 발생한 갤러리케이, 서정아트센터, 지웅아트 등 일련의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이들 업체는 미술품 공동 소유 및 저작권 투자 상품으로 거액의 자금을 모았지만, 환매 지연, 수익 미지급 등의 문제로 이어졌고, 이는 미술계 전반의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은 투기적 수단이 아닌, 삶의 가치를 높이는 문화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따라서 수익률 보장, 저작권 분할 판매 같은 투기성 모델을 지양해야 한다. 대신, 작품이 지닌 예술적 맥락과 작가의 세계관을 존중하며, 관람객과 소장가에게 정서적 만족과 지적 영감을 주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예술은 일확천금의 수단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언어이자, 시대와 공감하는 힘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익률을 좇는 ‘투자자’가 아니라,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애호가’다.
아트테크 열풍이 시장 성장에 기여할 잠재력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성장은 단기적 수익이 아닌, 예술 본연의 가치에 뿌리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무분별한 투기가 낳은 피해는 작가, 컬렉터, 시장 모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미술을 소비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예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김신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