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A4용지를 접어서 지구에서 달까지](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9121529200738446a9e4dd7f122202248171.jpg&nmt=30)
앞의 얘기는 수학적으로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A4종이를 두께 말고 면적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A4용지를 반으로 접을 때마다 면적은 절반씩 줄어듭니다. A4용지를 42번 접으면 면적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집니다. 결국 두께는 0.1mm로 유지하면서 면적만 세포 단위로 작아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수학적 계산으론 가능해도 현실에선 불가능한 얘기라는 겁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A4용지를 접을 때마다 두께가 두 배로 늘어나는 그 복승효과에만 집중했지 면적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A4용지를 반으로 접는 이야기가 권위 있는 수학자의 입에서 나왔다면 철석같이 믿고 다른 데 가서는 아는 척하며 우쭐댑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정보는 주변에 널렸습니다. 비슷한 예가 될지 모르지만 나는 결혼하고 2년쯤 지나 더 큰 집으로 옮기기 위해 모자란 자금을 대출받으려고 금융기관을 찾았습니다. 큰 집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식구가 갑자기 50%가 늘어나 지금 집은 너무 좁다고 얘기했습니다. 사실 그 즈음 큰아이가 태어나 우리 식구는 부부 둘에서 세 명이 됐기 때문에 50%가 늘어난 건 사실이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의학정보를 전하면서 사망위험이 두 배 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10명 중 1명에서 2명으로 늘었거나 100만 명 중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 경우는 두 배로 증가한 건 같지만 내용의 무게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이를 전하는 메신저(미디어)는 시선을 끌기 위해 100만 명 중 1명 증가 대신 ‘두 배 증가’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요즘은 그럴듯한 정보를 아무나 만들 수 있고 또 퍼뜨릴 수도 있습니다. 과거 신문이나 방송 같은 전통 매체를 통해야만 유통되던 정보가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극적이고 눈길을 끄는 제목과 내용이 먼저 퍼집니다.
특히 정보의 출처로 교수나 전문가라는 이름이 붙으면 일단 믿을 수 있다고 여깁니다. 숫자와 매체의 브랜드, 권위를 지닌 명성만 쫓다 보면 달까지 닿을 수 있는 종이를 접는 계산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을 얻기 쉽습니다.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능력입니다. 정보의 겉모습과 정보전달자, 매체의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본질을 읽어내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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