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해관’에서는 배우 이병헌이 사용했던 ‘용주문 조각 비녀’, ‘남한산성관’에서는 각 배우들이 착용했던 '수염', ‘관자’, ‘사도관’에서는 배우 송강호의 나이대별 ‘수염’, ‘안시성관’에서는 배우들의 ‘긴 머리’와 ‘가체’, ‘수염’ 등을 꼽았다.

조태희 분장감독은 그동안 작업했던 500여 점의 전시작 중 가장 추천할 만한 작품을 꼽았다. 그 첫 번째 작품으로는 ‘광해관’에 전시된 ‘용주물 조각 비녀’다. 이 작품은 두 종류가 전시되어 있는데 하나는 주물로 제작된 것이고 하나는 가벼운 무게를 고려해 소재가 플라스틱 재질로 바뀐 두 가지 종류다.
조태희 분장감독은 용무늬의 비녀를 착용한 왕은 영화 ‘광해’가 처음이라며, 그는 이 모양을 처음엔 주물로 제작했으나 700g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플라스틱 재질로 바꿨다. 배우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무게감을 줄여주는 것 또한 그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광해, 왕의 남자’의 오프닝 장면에 광해(이병헌 분)의 머리를 묶어주고 상투를 틀어주는 장면이 있다. 직접 상투를 트는 것도 분장에 속하기 때문에 조태희 분장감독은 내관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서 직접 시연을 선보였다. 그의 손이 영화 속에서 클로즈업된 유일한 장면이다.

두 번째 추천작은 ‘남한산성관’에서 볼 수 있는 배우들의 수염과 관자다. 보통 수염은 입술이 보이게 만들어 촬영을 잠시 쉬는 시간에도 배우들이 편히 식사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조태희 분장감독은 ‘남한산성’의 시대적 배경상 그렇게 긴박한 상황에 수염을 관리하면서 다니지 않았을 것이라며 긴 수염을 제작했다.

관자는 보통 망건 옆에 달아놓는 작은 단추 모양의 고리로, 크기에 따라 신분을 달리 표시해주기도 한다. 이 작은 장식에 조태희 분장감독은 강경파를 상징하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에게는 동전 500원짜리 크기의 큰 관자를, 온건파를 상징하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에게는 50원짜리 크기의 작은 관자를 달았다.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그곳에 조태희 분장감독의 섬세한 손길이 닿아있다.

세 번째 추천작은 바로 ‘사도관’의 수염이다. 수염이 무슨 작품이 될까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작품을 보게 되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영화 ‘사도’에서 극중 영조 역의 배우 송강호는 40에서 70대까지 인물의 시대변화를 분장으로 표현해야 했다. 고집스러운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 심하게 굴곡진 웨이브 수염을 이용했고, 실제 영조의 어진에서 보이는 수염과 같은 모양, 위치, 색깔 등을 참고했다.

마지막 네 번째 추천작은 ‘안시성관’에서 볼 수 있는 긴 머리와 가체, 수염이다. 특히 이곳의 가발들은 모두 장발인 것이 특징이다. 키가 180cm 넘는 배우 남주현의 허리 아래까지 늘어뜨린 장발은 물론 여배우들의 머리 역시 모두 장발이었다. 조태희 분장감독은 장발의 인모를 구하기 위해 업체를 통해 중국까지 수소문해 찾아냈다.
가닥가닥 붙이는 수염의 경우는 댕기머리 땋는 것처럼 머리카락을 땋은 후에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열을 가해 웨이브를 만들어 준다. 세게 땋으면 땋을수록 더 웨이브가 심한 수염의 느낌을 낼 수 있다. 거기에 수염의 굵기를 주기 위해서 훨씬 굵은 인조 머리카락을 섞기도 한다. 가체의 머리카락은 웨이브가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무게감을 줄이기 위해 열을 가하는 기계에 돌려서 짜기도 한다.
한편, 한국영화계 분장 콘텐츠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 전시 ‘영화의 얼굴창조전’은 조태희 분장감독의 손끝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다. 오는 4월 23일까지 인사동에 위치한 아라아트센터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진병두 기자 jbd@beyond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