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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애틋하게 그리다

진병두 기자

입력 2019-02-18 18:12

[비욘드포스트 진병두 기자] 가상의 존재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있다. 편지 대필 작가 테오도르다. 그는 멋들어진 말로 고객들의 진심을 전달한다. 하지만 정작 자기 마음은 표현할 줄 모른다. 이혼으로 인한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외로움은 느끼면서도 새로운 사랑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다. 그는 매일 인터넷 채팅을 전전하다 '현타'를 느끼며 잠을 청하곤 한다.

그런 그에게 완벽한 여성(?)이 등장한다. 사만다는 실물은 없고 목소리만 존재하는 '시리'같은 존재다. 대신 굉장히 매력적인데다 공감 능력도 갖추고 있어 상처 입은 테오도르를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게다가 인간이 아니니 관계에 책임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깊은 관계를 망설이는 테오도르에게 안성맞춤이었다.

'her'는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사랑을 다룬다. 그 동안 이러한 영화는 숱하게 있었지만 'her'는 조금 특별하다. 전원을 끄면 사라져버리는, 공허한 존재와의 사랑을 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her'는 영리한 연출로 그 어떤 사랑영화보다 절절한 로맨스를 만들어냈다.

◇ 나를 설레게 하는 그녀의 목소리
사진=영화 'her'
사진=영화 'her'
로맨스 영화에서 예쁘고 잘생긴 배우는 필수 요소다. 하지만 사만다는 아련한 눈빛도, 아름다운 외모도 없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설렘을 느껴야 할까? 그래서 'her'가 선택한 것이 '목소리'다.


사만다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은 목소리만 출연하기에는 아까운 배우다. 그럼에도 그녀를 캐스팅한 것은 독보적인 목소리 때문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허스키하고, 섹시하며 사람을 매료시킨다. 덕분에 우리는 사만다를 볼 수 없어도 상상할 수는 있다. 테오도르가 사랑에 빠지는 것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 로맨스를 보여주는 붉은색
사진=영화 'her'
사진=영화 'her'
색감은 영화 분위기를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다. 'her'는 붉은색을 활용해 로맨스 영화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만약 푸른 색감이라면 인공지능 영화로 보일지도 모른다.

테오도르가 입은 다홍빛 셔츠는 사랑을 갈망하는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동시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로맨틱한 남자로 만들어 버린다. 또, 화면을 수놓은 붉은 빛은 '이 영화는 진짜 사랑얘기야'라고 속삭이며 러블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를 지긋이 보고 있으면, 덩달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her'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영화다. 공감하기 어려운 소재인데다, 주인공이 원맨쇼하는 모습이 이야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관객에게 사랑 받은 것은 탁월한 캐스팅과 아름다운 화면 덕분이다. 'her'는 보편적이지 않은 사랑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특별한 영화다.

진병두 기자 jbd@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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