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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휴먼, 첨단기술이 빚어낸 또 하나의 인간

입력 2022-05-06 10:51

장쑤위성TV를 통해 공개된 디지털 휴먼 덩리쥔 〈사진=장쑤위성TV 공식 홈페이지〉
장쑤위성TV를 통해 공개된 디지털 휴먼 덩리쥔 〈사진=장쑤위성TV 공식 홈페이지〉
[비욘드포스트 김세혁 기자] 청아한 음색과 뛰어난 곡 해석력으로 시대를 풍미한 대만 가수 덩리쥔(등려군). 밤은 덩샤오핑이, 낮은 덩리쥔이 지배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모은 그가 42세에 요절한지도 벌써 27년이 지났다.

살아 돌아올 리 없는 덩리쥔은 지난해 말 중국 장쑤위성TV가 편성한 연말 특집 가요쇼에 등장했다. 젊은 시절 꽃다운 미모 그대로의 덩리쥔이 대표곡 ‘첨밀밀’을 부르자 올드팬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훔치며 감격했다.

후배 가수들과 위화감 없는 무대를 꾸민 덩리쥔은 첨단 기술로 복원한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이다. 덩리쥔의 생전 무대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창법과 몸짓 등을 주입하고 컴퓨터그래픽(CG)를 이용해 정교한 클론을 복제한 셈이다.

디지털 휴먼은 첨단기술을 통해 창조하는 가짜 인간의 총칭이다. 장쑤위성TV에 출연한 덩리쥔이나 신한라이프 CF로 인기를 모은 로지 모두 디지털 휴먼이다. 사람이 모션 캡처 장비를 착용하고 영화 속 캐릭터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것 역시 일종의 디지털 휴먼이다.

디지털 휴먼의 정의가 언제 내려졌는지 딱 짚기는 어렵다. 1900년대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제임스 딘 같은 대스타가 죽을 때마다 화면으로 부활시키려 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역부족이었다. 1990년대 말 CG가 제법 정교해지고 3D 화면이 보편화될 무렵부터 디지털 휴먼의 개념이 정립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실제로 이 무렵 한국에도 디지털 가수 아담이 등장했다.

요즘 만들어지는 디지털 휴먼들은 AI 덕에 아주 정교해졌다. 고인의 생전 드라마나 영화, 무대 영상을 AI가 반복 학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션 캡처와 음성 합성 기술이 더해지면 생전의 세세한 동작과 목소리까지 구현할 수 있다. 덕분에 작정하고 만든 최근의 디지털 휴먼들은 실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각국에서는 사망한 유명 인사를 디지털 휴먼화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일본의 경우 국민적 인기를 누린 배우 마츠다 유사쿠를 극장사업자 도에이가 되살리고 있다. 직경 3.5m나 되는 돔형 캡처 시스템을 활용해 유려한 움직임을 얻어내고 초고정밀 3D CG 데이터를 기초로 AI에 의한 형상 복원이 이어진다.

디지털 휴먼의 개념에 대해 TED에서 강연하는 디지털 도메인 소프트웨어 R&D 시니어 디렉터 더그 로블 <사진=TE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Digital humans that look just like us

도에이는 마츠다 유사쿠의 피부 질감은 물론 얼굴의 잔근육 움직임까지 재현할 계획이다. 결과물은 마츠다 유사쿠의 아내가 직접 감수한다. 고인의 음성은 ‘헤븐 번즈 레드’ 같은 유명 게임 제작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이 담당한다. AI 음성 변환 기술을 활용해 마츠다 유사쿠의 생전 목소리를 복원하게 된다.

디지털 휴먼은 투입되는 인력이나 기술, 장비가 모두 고가다. 어렵게 만든 디지털 휴먼이 대중의 호평을 받게 되면 창출되는 경제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새 영화에 디지털 휴먼화한 스타를 참여시킬 수도 있고 가수라면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한 월드투어도 가능하다. 이미 인기를 얻었던 스타 중의 스타들을 디지털 휴먼화하는 작업이 활기를 띠는 이유다.

다만 고인이 된 스타를 디지털로 되살리는 작업을 유족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복원할 대상에 따라 만만찮은 법적 절차가 뒤따르기도 한다. 2019년 ‘NHK 홍백가합전’에 CG로 만든 가수 미소라 히바리가 등장하자 일부 열성 팬들은 고인모독이라고 반발했다. 디지털 휴먼이 하나의 산업으로 활성화되기까지 해결할 과제가 적잖음을 보여준 예다.

zaragd@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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