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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인 예금을 인출하여 생긴 상속분쟁과 형사문제

입력 2023-04-21 11:17

사진=신동호 변호사
사진=신동호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상속이 개시된 후 일어나는 상속분쟁 중 공동상속인 가운데 누군가가 망인의 예금을 멋대로 인출하는 사례가 있다. 다른 상속인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에 관해 반환요구를 하거나, 인출 사실을 고려해 상속재산분할을 하는 방법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수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상속재산을 무단으로 인출한 행위가 형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여부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통상 망인의 예금을 몰래 인출한 경우 다른 상속인들은 이러한 행위를 공동재산을 몰래 가져 갔다는 점에서 횡령죄에 해당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횡령죄에 해당되려면 ‘보관자의 지위’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망인의 예금을 인출한 상속인이 다른 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해당 예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야 횡령죄에 해당하는 것인데, 일반적인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관계를 보면 특정 상속인에게 보관자의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는 상속인이 상속 재산인 예금을 무단으로 인출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되기는 어렵고, 보관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횡령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의정부지방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면 상속인인 자녀 A, B 중 A가 망인의 보험금 및 예금을 자신의 상속분을 초과하여 전액 인출한 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위 돈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2016고정332 판결)

그렇다면 망인 예금을 함부로 인출해도 아무런 형사처벌도 받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신동호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망인의 예금을 인출하였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달라질 뿐, 상속재산인 예금을 무단으로 인출하였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첫째로 상속인이 망인의 현금카드나 체크카드 등을 보유하고 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 ATM기기에서 계좌이체를 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한 경우이다. 이때에는 형법 제347조의2에 따른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와 절도죄에 해당된다. 만일 그 금액이 5억 원 이상이 된다면 특정 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으로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둘째, 상속인이 출금전표 등을 망인 명의로 작성하여 무단으로 망인 예금을 인출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에 해당되고,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에도 해당 되므로 그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공동상속인들의 위임을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삼성증권의 종로지점에 비치되어 있던 신청서에 망인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어 권리의무에 관한 사무서인 망인 명의의 위 신청서 3매를 위조하고 삼성증권 종로지점 직원에게 위 신청서 3매가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였다.”라고 하여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으며, “위 신청서 3매를 제출하여 직원으로 하여금 그 즉시 망인의 삼성증권 계좌에서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2억 원을 이체하고 하고...(중략)...현금 5,000만 원을 인출 받아 총 5억 원 상당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라고 하여 사기죄(5억 원 이상이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불등에관한법률위반) 성립을 인정하고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2016고합338 판결).

이처럼 망인 명의의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는 경우에도 비록 성립요건이 까다롭지만 사정에 따라서 횡령죄가 성립될 여지도 있고, 사기죄나 절도죄,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인출한 돈을 그 상속인이 계좌로 보관하고 있지 않고 은닉하였다면 단순히 상속재산분할심판이나 상속회복소송으로는 이를 찾아오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때에는 형사 고소도 고려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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