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버게이트(silvergate, 총자산 128위), 실리콘밸리 은행(silicon-valley bank, 16위), 시그니처(signature bank, 29위), First Republic Bank(14위) 등 미국 4개 지역은행이 파산하고 Credit Suisse의 UBS 합병, Deutsche Bank와 Charles Schwab의 주가 급락 등 최근 3개월 동안 많은 금융사건이 발생했다.
FDI부보 은행 기준으로 파산한 3개 지역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5,485억 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5개 은행 3,736억 달러를 웃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연구위원의 ‘미국 은행위기와 금융리스크의 발현’ 보고서에서다.
문제는 미국의 은행 위기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KBW 나스닥 지역은행지수(KRX)가 올해 들어 28% 하락한 가운데 미국 베버리힐스에 위치한 PacWest Bank의 주가는 연초 대비 75% 급락했다.
FDIC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미국은행의 예금 잔액이 전년말 대비 4,720억 달러 감소한 가운데 비보험 예금은 6,633억 달러나 감소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비보험 예금 중심으로 MMF 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형은행으로 이동하고 있어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에 대한 신뢰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은행들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 미흡
미국의 은행위기는 유동성 리스크 관리 실패에 따른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인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 은행의 파산은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의 파산(2022년11월)으로 가상자산과 연계된 계좌의 예치금이 이탈하면서 발생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장기자산으로 보유 중인 증권을 매각하면서 대규모 매각 손실이 발생하고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실리콘밸리 은행과 First Republic Bank의 파산은 비보험 예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뱅크런이 발생한 것에 기인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실리콘밸리 은행은 급격한 Fed 금리 인상으로 주거래 대상인 스타트업 기업의 대출 수요가 축소되면서 기존 예금이 운영자금으로 인출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단기 예금을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등 자산-부채의 만기불일치에 따른 유가증권 미실현 손실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었다.
이번 은행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시작점이 다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산 부실에 따른 신용 리스크에서 시작된 반면, 2023년 은행위기는 부채측면에서의 유동성 리스크가 출발점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개과정과 비교해 보면 현재 상황은 비슷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3년 동안 미국의 파산은행은 3개에 불과했으나 2008년 25개, 2009년 140개 2010년 157개 등으로 확산되었다.
이번에도 최근 2년 동안 파산은행이 없다가 올해 4개 은행이 파산한 것이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Fed 금리가 2004년 1.0%에서 2007년 5.25%까지 인상된 후 위기가 발생한 점도 이번 은행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을 높게 하는 요인이다.
보고서는 “국내 은행들은 앞서 파산한 미국 은행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은행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은행의 유동성과 자산 건전성에 대한 점검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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