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추가 대출을 받아야 잔금을 지급할 수 있는 수분양자들이 높은 이자를 견디지 못하고 도중에 분양권을 포기하는 사례는 아파트를 비롯해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지식산업센터 등 다양한 유형의 부동산 거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분양과 동시에 임차인을 구해 전세 보증금을 이용하여 경제적 부담을 낮추기도 했지만 요즘처럼 역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 어려워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계약 해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개별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분양계약해지나 매매계약해지는 계약금만 지불한 단계에서는 일정 부분 손해를 감당하면 진행할 수 있다. 수분양자나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배액 배상이 필요할 수 있다.
만일 중도금, 잔금을 지불한 상황이라면 계약 해지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법리상 중도금이나 잔금을 지급하면 계약의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이 단계에서 계약을 해지하면 당사자가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수 있으므로 중도금, 잔금 등을 치른 후에는 일방적인 계약해지가 불가능하다. 다만, 개별 계약에서 이와 관련한 특약 조항이 있다면 그 내용에 따라 계약해지가 가능할 수 있다. 계약서 조항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분양계약해지가 반드시 수분양자나 매수자의 단순 변심에 의해 요구되는 것만은 아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공사비 폭등 등 변수로 인해 공사기간이 연장되어 입주시기를 맞추지 못하게 된 입주지연 단지가 늘어나며 입주를 기다리다 못한 분양계약자들이 시행, 시공사를 대상으로 계약해지 소송을 고려하는 것이다.
아파트 표준분양계약서상 입주자 모집 공고에서 정한 입주 예정일에서 3개월 이상 입주가 지연되면 수분양자는 사업주체에게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때, 시행사는 단순히 계약금을 포함한 분양대금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을 위한 위약금까지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순순히 계약해지를 해주기보다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전문변호사인 로엘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는 “분양계약해지나 매매계약해지는 매우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개별적인 상황이나 계약 조건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계약 전반에 대한 일반론보다는 개별 계약 내용이 더 크게 작용하므로 사전에 계약서 내용을 잘 살펴보고 소송을 준비해야 가능한 한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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