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상 이혼원인을 규정한 민법 제840조 3호와 4호는 장서갈등, 고부갈등으로 인한 이혼 시에 적용할 수 있는 조문이다. 3호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호는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다. 다시 말해 배우자의 부모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나의 부모가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이를 사유로 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심히 부당한 대우란 단순한 말다툼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에게 혼인 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폭언, 학대 등을 받았을 때에만 심히 부당한 대우라고 인정된다. 따라서 몇 차례 말다툼을 한다거나 일회성으로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의 갈등이 벌어진 경우라면 심히 부당한 대우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대로 물리력은 행사하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정서적 학대를 했다면 이는 심히 부당한 대우로 인정될 수도 있다.
어떠한 행위나 갈등이 심히 부당한 대우인지 아닌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전후 상황과 발생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기 때문에 이를 사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싶다면 자신이 받은 부당한 대우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폭언이 발생하는 상황을 녹음하거나 폭행으로 생긴 상처의 사진을 찍어두는 등 미리 증거를 준비해두어야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다.
또한 고부갈등, 장서갈등은 기본적으로 부부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 중 일방과 제3자 사이의 갈등이라 할 수 있다. 만일 배우자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부모로부터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해 혼인 관계를 지속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이혼소송이 기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배우자의 부모와의 갈등으로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싶다면 더 이상 혼인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음을 강조해야 한다.
법무법인YK 청주분사무소 이유림 변호사는 “이혼 사유는 이혼소송을 진행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혼소송에서 다루는 쟁점은 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재산분할이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권, 위자료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해 소송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고부갈등, 장서갈등으로 섣불리 소를 제기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분석하여 대책을 마련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어떠한 선택이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인지 고민하고 결정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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