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환 작가는 찰나와 지속, 스러짐과 남겨짐 사이에서 존재하는 빛과 색의 흐름을 포착하며, 이를 황혼이 지난 뒤 하늘에 남아 있는 잔광(Afterglow)과 같은 개념으로 화면에 전개한다. 그의 작업은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빛과 색이 시간 속에서 스며들고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사라지는 빛이 남기는 여운과 시간의 흐름이 그의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풍경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빛과 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기록하는 접근 방식을 선보인다. 색은 혼합되고 층층이 쌓이며, 표면은 단단하면서도 유동적이다. 바람이 흔적을 남기고, 해가 지면서 색이 달라지는 순간을 그는 캔버스 위에 펼쳐 놓는다. 이러한 감각적 탐구는 자연의 순환과 맞닿아 있으며, 하나의 계절이 끝나고 다음 계절이 스며드는 경계를 조형적으로 드러낸다.
전시<After Glow>를 통해 명확한 형태를 갖추기보다 흐름과 흔적을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 그의 회화를 감상할 수 있다. 화면 속에서 빛과 색은 스스로를 구축하며,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사라지는 것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잔영 속에서도 살아 있는 색과 형태를 찾아낸다. 그의 회화는 하나의 순간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빛과 시간의 끝없는 순환 속에서 우리에게 머물다 사라지는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파이프갤러리의 전시는 단순한 시각 경험을 넘어, 시간과 기억,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빛과 색을 새롭게 인식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마치 노을이 지고 난 뒤 하늘에 남은 빛이 일렁이며 각자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듯, 이 공간에서 진종환의 화면이 우리의 개인적인 감각과 맞닿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진종환은 영남대학교 디자인미술대학 회화 전공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회화과 석사를 마쳤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2025 파이프갤러리 서울, 2024 ERD 갤러리 서울, 2024 소양고택 완주, 2024 <붉은빛을 머금은> space 298 포항, 2023 ERD 갤러리 부산, 2023 비영리전시공간 싹 대구, 2020 Artspace LOO 서울 등 다수의 개인전을 진행하였다.
또한 2024 <나를 춤추게 하는> 갤러리 플레이리스트 부산, 2024 <우리, 페이지를 넘기다> 대구아트웨이 대구, 2023 갤러리호호 서울, 2023 파이프갤러리 서울, 2022 <자태: Attitude to Nature>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 대구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그의 작품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김신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