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바람이 분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5220837220729746a9e4dd7f12113115985.jpg&nmt=30)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실연한 여성의 깊은 슬픔을 드러낸 노래입니다. 가사는 처연하고 멜로디는 우울한 분위기입니다. ‘실연’이라는 추상적인 내용이지만 묘사한 장면은 매우 구체적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노랫말을 쓴 이소라는 시인이고 철학자이며 문학적으로도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라는 것, 삶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연인 사이라도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것,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라고, 받아들이다 보면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고 노래합니다.
노래를 듣다 보면 모난 부분이 깎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구르며 살다 보니까 나 자신이 깎여 나가는 것처럼. 내 생각이 옳아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주장할 수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합니다. 살 날이 점점 짧아져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 나이를 생각하면 확률적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시간은 유한한 자원입니다. 문득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내고 미워하고 스스로를 해치는 생각들로 나를 망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덜 날카롭게 세상과 관계를 맺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내가 깨어날 아침의 날수를 생각해 보면. ^^*
sglee640@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