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가을 인테리어는 책으로](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9180824280031446a9e4dd7f220867377.jpg&nmt=30)
아직 다 읽지는 않았어도 어떤 책이 책장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정확히 압니다. 그리고 그 책 주위에는 어떤 책들이 있는지도 압니다. 이 말은 그 책들의 내용을 대충은 안다는 뜻입니다. 더 알고 싶거나 참고할 어떤 책이 필요할 때 바로 찾을 수 있게 정리돼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책장의 책들은 수시로 헤쳐 모입니다.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책장을 다시 정리하는 행위는 ‘지식을 편집’하는 과정입니다. 전에는 전혀 연관이 없던 책들이 새로 정리되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두 책이 담고 있는 지식을 연결시켜주는 편집체계가 새롭게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책은 또 다른 좋은 책을 자기 옆으로 끌어들입니다.
장서를 하는 방식도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가나다순으로 정리하는가 하면 내용과 상관없이 책 크기에 따라 배치하거나 색깔에 맞춰 정렬하는 미술가 스타일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장식용으로 사용한다고 비난해선 안 됩니다. 허세 가득한 과시용 인테리어보다 ‘책장식’이 훨씬 착하고 순수해 보입니다. ‘책장식’의 또 다른 장점은 인테리어 장식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점입니다. 비싼 그림 한 장 걸어 놓을 가격이면 책으로 벽 하나를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왕 인테리어를 할 거면 책과 책장을 추천합니다. 값비싼 가구와 온갖 명품으로 ‘돈자랑’하는 것보다 격조 높고 훨씬 ‘있어보이지’ 않습니까.
가까이 두고 자주 접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읽게 되는 책도 있습니다. 책은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을 수 있게 목차가 있고 색인 키워드도 친절하게 정리돼 있는 겁니다. 관심이 명확하면 목차나 색인을 찾는 것도 분명해집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어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되고 ‘좋은 이웃’ 법칙에 따라 다른 좋은 책도 찾게 됩니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기도 하고 장소에 따라 읽을 책을 정하기도 합니다. 예로 화장실에 잠시 앉아 읽을 짧고 가벼운 책, 제법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을 장소에선 다소 무겁고 진도가 더디게 가는 책을, 지하철이나 누구를 기다릴 때 언제든 덮어도 괜찮은 책 등등.
그러다 보면 책을 보는 선구안이 생기는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좋은 책은 새끼를 많이 치는 책이라는 겁니다. 읽다 보면 보고 싶은 책들이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딸려 나오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지금보다 더 나이 들면 눈도 침침하고 집중력도 떨어질 게 분명합니다. 볼 수 있을 때 많이 봤어야 했다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봐야 합니다. 새로 유입되는 지식이 없으니 옛날에 했던 얘기 또 하고 자꾸 반복하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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