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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법 대로 하면 생기는 일

입력 2025-10-01 08:05

[신형범의 千글자]...법 대로 하면 생기는 일
얼마 전 뉴스에서 본 내용입니다. 운행 중에 갑자기 도로가 꺼지는, 일명 싱크홀 사고로 부인은 숨지고 자신은 중상을 입은 80대 노인이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사고 당시 운전 중이던 노인은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함으로써 싱크홀을 피하지 못해 동승한 부인을 사망케 한 책임이 있다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입니다. 검찰이 기소유예로 처리하긴 했지만 부인을 잃고 본인은 간신히 목숨을 건진 노인이 졸지에 범죄자로 처벌받을 뻔했습니다.

몇 달 전 내 주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사촌 여동생은 주말을 맞아 평소처럼 남편과 함께 집 근처 관악산에 올랐습니다. 한 시간쯤 오르다 두 사람은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앉아서 쉬는데 갑자기 남편에게 심정지가 왔습니다. 닥터헬기까지 떴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숨이 멎은 뒤였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는 겁니다.

건강하던 남편을 하루아침에 잃은 것도 기가 막힌 일인데 경찰은 여동생을 경찰서로 불러 8시간 동안 ‘남편이 계약한 보험이 어떤 게 있나’ ‘얼굴에 흙은 왜 묻은 거냐’ 같은 질문을 하면서 남편을 살해한 피의자 취급을 하더랍니다. 부검이 끝날 때까지 빈소도 차리지 못하고 장례일정도 늦어졌습니다. 물론 경찰도 자기 일을 하느라 그랬을 거라고 짐작은 하지만 상식적인 시각에선 해도 너무한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보편적인 시각과 법의 눈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것 사이에는 상식 이상의 간극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야간근무 중 회사 냉장고에서 초코파이와 커스타드 하나씩 금액으로 치면 1050원어치 간식을 꺼내 먹은 경비원이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법원은 경비원에게 50배의 벌금을 물라고 판결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1년에는 받은 버스요금 중에서 800원으로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며 횡령죄를 적용해 운전기사를 해고한 회사쪽 손을 들어준 판결도 있었습니다. 해고된 버스기사는 그 후 막노동으로 다섯 식구를 부양해야 했고 당시 회사측 변호사는 해당 재판장의 고교 후배라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참고로 해당 판결을 내린 재판장은 현재 대법관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우리 사법시스템이 기계적인 법 적용에 매몰된 나머지 상식의 눈높이를 무시해서 나타난 결과로 보입니다. 이번 ‘초코파이 재판’이 시민의 삶을 대하는 사법부의 태도를 확실하게 보여 줍니다. 새벽근무 중에 사무실 냉장고에서 간식 천원어치 먹었다고 절도범으로 낙인 찍는 게 법의 정의인가요.

사법부가 시민의 정의와 권리를 지켜 주기는커녕 오히려 짓밟고 약탈하는데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씁쓸합니다. 대법원장 1인이 사법부를 움켜쥐고 법관들은 눈치만 보는 구조에선 개별 판사의 독립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 적용이 상식과 멀어지면 공정성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 사법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런 것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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