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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주차위반 딱지 받았어요

입력 2025-09-30 08:15

[신형범의 千글자]...주차위반 딱지 받았어요
주차위반 과태료 딱지를 받았습니다. 원래 4만원인데 2주 안에 내면 20%를 감경해 3만2천원을 납부하면 됩니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금지된 지역에 주차한 잘못에 대한 대가입니다. 사고는 없었지만 40년 동안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과속, 신호위반, 주차위반 등으로 내가 낸 과태료는 모두 얼마나 될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전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되는데 내 경우엔 가장 짜증나는 게 끼어들기입니다. 정작 길 끝에 도착해서 보면 출구가 막히지도 않는데 긴 대열 사이사이에 계속 끼어드는 얌체 차들 때문에 몇 백미터 가는 데 20분 넘게 걸린 적도 있습니다. 차선을 지키며 차례를 기다리는 운전자만 바보 되는 기분입니다.

이때 받는 스트레스의 이유는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정성이 훼손되고 나만 손해본다는 심리적 박탈감이 더 큽니다. 이건 단순히 법규 위반의 문제가 아닙니다. 질서, 공정, 도덕이라는 가치가 조롱당하는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입니다. 규칙을 지키는 이들의 도덕성이 무시당하고 약삭빠른 자들의 이기심이 이득을 취하는 현장입니다.

그 이면에는 한국사회의 낮은 사회적 신뢰, 과도한 경쟁, 눈치라는 독특한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극심한 경쟁과 개인주의적 생존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로 재편된 단면 같기도 합니다. 그 결과 도로는 공유자원이 아니라 ‘자리뺏기’ 게임처럼 사소한 이익이라도 확보하는 게 이득인 사회구조를 반영하게 됐습니다.

이런 현상은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까지 낮추고 개인간의 신뢰 약화로 이어져 제도는 물론 시민들이 서로를 불신하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시스템이 부패했거나 무능하다고 인식할 때 그 시스템이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도 약해집니다. 이는 기업이나 공공조직의 부패에서 일상적 교통법규 위반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위법 행위가 만연하는 토양을 만듭니다.

한국인은 과정의 공정함에 민감하지만 실제로는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성공은 실력 외적 요인으로 결정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끼어들기는 불공정한 시스템 기반 위에서 기회주의적인 행동으로 이익을 취하겠다는 인식의 실천인 셈입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주차위반을 한 자가 할 얘기는 아니지만 반성하는 마음으로 운전하면서 불쾌했던 기억을 길게 적었습니다. 주차위반이든 끼어들기든 타인의 시간과 공간을 빼앗는 행위이며 자신만 편하면 되고 자신만 빨리 가겠다는 탐욕의 발현입니다. 이런 개인주의적 행위가 공동체와 도로가 지옥이 되고 우리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다시 해 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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