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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인공지능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입력 2025-09-29 08:20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인공지능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
19세기 초 사진기의 발명은 화가들이 예술의 본질과 표현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갖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진기는 눈에 보이는 대로 정확하게 재현함으로써 초상화, 풍경화 같은 전통 미술의 영역을 위협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화가들이 ‘이제 미술은 끝났다’며 절망했습니다.

동시에 다른 한편에선 단순한 재현이 아닌 본질적 표현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상주의 같은 새로운 표현양식이 등장했고 그림은 더 이상 사물을 똑같이 그리는 재현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예술로 바뀌었습니다. 그림 잘 그리는 ‘기술자(장인)’들을 ‘예술가’로 변화시켰고 순수예술의 세계로 나가는 변곡점이 됐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그림 작업에 사진을 활용하는 새로운 창작방식을 모색하는 화가도 생겨났습니다. 결국 사진기는 화가들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미술의 본질적 변화와 예술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혁명적 전환점이 됐습니다.

오늘 포토에세이는 이 코너를 연재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찍은 게 아니라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나노바나나에게 ‘1890년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빅벤을 배경으로 그 시대의 옷과 모자를 쓴 10대 후반의 소녀를 주인공으로 주변 지나가는 사람들은 느린 셔터스피드의 잔상으로 처리하라’는 명령어를 넣었습니다.

200년 전 화가들의 정체성을 위협했던 사진기가 이제는 인공지능에 의해 위협받게 생겼습니다. 보이는 실사는 물론이고 가상의 현실까지 텍스트 몇 줄로 실제와 거의 같은 수준의 이미지를 구현해냅니다. 인공지능은 자연어 처리 뿐 아니라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 텍스트와 관련된 이미지나 동영상을 만들 수 있고 반대로 특정 이미지를 입력하면 그 이미지에 맞는 소리나 텍스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예술 분야의 생성물을 일반인들은 인간의 작품인지 인공지능이 만든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온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인공지능의 생성적 예술활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회적.윤리적 문제, 반복학습으로 재창조된 유사.복제품 문제, 인간의 예술활동을 보조하는 허용 범위 등 정의내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여기에 인간의 고유한 창작과 예술활동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도 깊이 던져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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