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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MBTI는 나도 모르는 나를 안다

입력 2025-10-15 08:14

[신형범의 千글자]...MBTI는 나도 모르는 나를 안다
지난 연휴 기간에 딸이 재밌다며 가족 카톡방에 공유한 내용입니다. 성격 유형별 말버릇, 즉 MBTI에 따라 자주 하는 말버릇이 있다는 겁니다. 그에 따르면 아내는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입니다. 생각해 보니 아내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원칙을 중시하고 뭔가 틀어지면 불편함을 민감하게 느끼는 유형답게 어떤 상황을 정리할 때 이 말이 자주 튀어나옵니다.

딸은 “너는? 넌 어때?”인데 이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보다는 남의 처지와 상황이 더 궁금해지는 스타일입니다. 늘 주변을 챙기고 배려하는 말투인데 딸이 정말 그렇습니다. 아들의 말버릇은 “굳이?”입니다. 극강의 실용주의자이며 비효율을 싫어하고 꼭 해야 하는 일 외에는 귀찮아하는 타입입니다. 말수가 적은 펀이지만 한마디 할 땐 임팩트 있게 던지는 스타일이라는데 이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어떨까요. 나 같은 유형의 말버릇은 “그거 아니야”랍니다. 이 결과를 보고 아내와 딸은 박장대소하면서 나를 지목합니다. 실제로 내가 딱 그렇다는 겁니다. 이성적이고 매사를 논리적으로 분석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잘못된 걸 바로잡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틀린 정보에 바로 반응하는 말버릇인데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재수없는 타입입니다.

식구라도 속내까지 들여다볼 순 없으니까 이참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좋은 것보다 싫고 마음에 안 드는 게 더 많습니다. 내가 뭘 싫다고 하면 사람들은 좋은 구석을 좀 찾아보라고들 합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좋은 면만 보는 것이 행복한 인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뭐든 싫은 게 먼저 보이는 종류의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의 원래 제목도 〈삐딱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이었습니다.

나도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글쓰기 소재가 금방 바닥나 아침일기를 15년 넘게 이어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친한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도 칭찬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물론 드물게 칭찬할 때도 있지만 3분이면 끝납니다. 대신 뒷담화를 합니다. 다른 사람 험담은 30분, 1시간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뒷담화의 양과 빈도수가 점점 줄어드는 건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젊었을 때야 그놈이 오년 전에 벌인 짓거리로 화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드니까 그저 그놈이 오래 전에 벌였던 짓거리일 뿐입니다. 오년 전 일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화도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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