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logo

ad
ad
ad
ad

HOME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쿠팡, 갈팡질팡, 씨팡

입력 2025-12-09 08:28

[신형범의 千글자]...쿠팡, 갈팡질팡, 씨팡
지난 일요일, 이메일 메시지를 하나 받았습니다. 사상 초유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쿠팡’이 ‘노출’이라는 표현을 썼던 공지문을 1주일 만에 ‘유출’로 바로잡은 안내문입니다. 법적 책임을 축소하기 위해 ‘유출’을 ‘노출’로 표현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여론에 떠밀려 다시 보낸 것입니다.

쿠팡은 한번 회원으로 등록하면 그 다음부터 쇼핑이 진짜 편합니다. 결제할 때 비밀번호 입력 등 본인확인 절차를 다시 거치는 다른 쇼핑몰과 달리 쿠팡은 ‘원터치 결제’로 빠르고 편하게 결제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그 어떤 인터넷몰보다 쉽고 간편합니다.

새벽에 도착하는 로켓배송도 고객정보와 생활패턴까지 고스란히 내 준 대가였음을 알게 되니까 씁쓸합니다. 화가 난 고객들은 회원을 탈퇴하려고 해도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모바일 앱에선 회원정보 수정을 누른 다음 PC버전을 선택하고 ‘본인인증’ ‘이용내역 확인’ ‘설문조사’ 등 모두 예닐곱 단계를 거쳐야 겨우 탈퇴가 가능합니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도 복잡한데 서술형으로 적는 문항도 있고 단계마다 매번 ‘이래도 탈퇴하겠냐’는 반협박성 메시지가 계속 뜨니까 마음 약한 사람들은 탈퇴를 포기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와도 다시 마우스를 위아래로 여러 번 움직여야 맨 아래 있는 ‘탈퇴’ 버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미로 찾기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겨우 회원 탈퇴(탈팡)에 성공한 소비자들은 다양한 커뮤니티에 ‘쿠팡 탈퇴방법’을 공유하고는 다른 쇼핑몰로 갈아탑니다(갈팡).

그럼에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고객의 쿠팡 이탈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대체불가능한 시장 지위를 갖고 있는 데다 한국 소비자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새벽배송을 필두로 한 전국 단위로 물류센터를 구축한 쿠팡의 압도적 배송력을 대체할 경쟁자가 사실상 없습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소비자들도 쿠팡의 편의성과 빨리빨리 서비스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힘드니 JP모건의 분석이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나처럼 힘 없는 소비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갈팡질팡)할 수밖에요.

이런 사고에도 쿠팡은 제대로 된 사과문 없이 공지문 하나 띄우고 그걸로 끝입니다. 후속 조치는 번번이 늦고 구체적은 대응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검은머리 외국인’인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도 사고가 터질 때마다 미국 국적을 이유로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의 눈에는 한국사회와 소비자들이 우습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불매운동이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습니다. 냄비처럼 쉽게 달아올랐다가 금방 식고 또 빨리 잊어버리는 속성이 몸에 밴 까닭입니다. 쿠팡 없이는 못 살 것 같지만 쿠팡이 무시하는 소비자의 힘을 이번에는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안 좋은 인성과 안하무인, 결여된 도덕성은 전직 대통령 부부만으로 충분합니다. 씨팡! ^^*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