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차명석 리더십](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2100810540609146a9e4dd7f220867377.jpg&nmt=30)
유방은 무예 지식 등 모든 면에서 자기보다 월등한 적장 항우 뿐 아니라 자신의 참모들인 장량, 소하, 한신보다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천하를 제패한 것은 요즘 말로 리더십 때문일 것입니다.
이를 올해 우승한 LG트윈스에 적용하면 단장은 소하, 팀의 감독은 한신쯤 될 것 같습니다. 전투 현장에서 직접 싸운 한신 염경엽 감독도 잘했지만 프론트와 선수단 분위기, 2군 육성 등을 책임진 소하 차명석 단장의 리더십을 공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반 조직과 일상에서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매체의 기사들과 인터뷰 등을 종합해 차명석 단장의 리더십을 그의 언어로 정리했습니다.
“30년 전 유행했던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에는 일의 시급함과 중요도를 나타내는 매트릭스가 있다.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사소하지만 급한 일, 사소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 이 중에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전체 시간의 60~70%를 할애하고 역량을 집중한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는 가치관, 계획수립, 미래를 위한 공부, 사고예방 같은 항목들이 포함돼 있다. 그래야 조직과 개인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길게 보고 계획해야 한다. 선수를 잘 키우려면 우선 좋은 지도자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좋은 지도자 밑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고 그게 정착되면 팀 전체가 선순환한다는 믿음으로 코치 교육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코치 자신이 뭘 안다고 말하려면 100%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남에게 가르치지 못한다면 그건 아는 게 아니다. 코치들에게 그걸 훈련시킨다.
1군은 전쟁터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이고 1군 코치는 감독이 싸울 수 있게 옆에서 돕는 사람이다. 교육이 아니라 이기는 게 미덕인 현장이다. 이에 비해 2군은 싸우는 곳이 아니라 싸울 수 있게 만드는 육사나 해사 같은 곳이다. 이길 수 있는 선수와 코치를 만들어 제공해서 1군과 2군이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해야 팀이 강해진다.
권위를 스스로 만들면 권위주의가 되고 진정한 권위는 남들이 만들어주는 거다. 가볍게 농담하고 누구나와 쉽게 소통한다고 해서 권위가 없다는 것엔 동의할 수 없다. 결정적인 순간 선수들보다 경험, 지식, 기술이 훨씬 깊다는 걸 보여주면 그게 바로 권위가 된다. 선수들에게 늘 책 읽는 모습 보여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사소한 행동들이 쌓여 존경이 생기는데 그게 진짜 권위다. 선수를 대할 때와 코치를 대할 때는 또 다르다. 아무리 어려도 코치에게는 하대 하지 않는다. 코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자리이기 때문에 권위를 인정해줘야 한다. 내가 먼저 존중해야 코치들도 역할에 책임감을 느낀다. 반면 선수들과는 장난치면서 친근하게 격의 없이 대해야 소통할 수 있다.
‘나 때는 말이야’는 통하지 않는 시대다. 환경 자체가 다르다. 요즘 선수들은 외동이 많고 부족함 없이 자란 세대다. 과거 ‘헝그리 정신’을 강요하는 건 무식한 짓이며 욕심이고 폭력이다. 중요한 것은 20살 선수가 60살이 다된 단장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와 이야기하는 문화를 만드는 거다. 자꾸 다가오게 만들어야 진짜 소통이 이루어진다.
리더가 화를 내면 조직이 경직된다. 내가 화를 내면 모두 내 눈치만 보게 된다. 내 기분 나쁜 것 때문에 사람들이 일을 못한다면 그건 리더 자격이 없는 거다. 미국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단장은 별명이 ‘미스터 스마일’이다. 누구에게나 늘 웃는다. 그런데 야근하면서 단장실을 슬쩍 봤더니 혼자 머리 쥐어뜯고 서류 집어던지면서 소리를 지르더라는 거다. 단장은 원래 그런 자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을 뽑고 키우고 떠나보내는 일을 반복하는 고독한 직업이다.
리더는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모든 문제는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그래서 리더는 사람을 모르면 안 된다.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리더가 불편할수록 구성원들은 편하다. 리더는 위에서 깨지고 아래 사람은 편하게 해줘야 한다. 위는 설득하고 아래는 보호해야 하는 역할이 단장의 일이다.”
끝으로 그가 들려준 얘기 하나. 명문 구단 뉴욕양키스는 1980년부터 1995까지 15년간 우승을 못했습니다. 1995말 명감독 조 토레가 부임했습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앞으로 공항으로 이동할 때 개인 차량 대신 구단버스를 이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각은 안 되고 지각하는 사람은 엄청난 벌금을 매기겠다고 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조 토레 감독이 5분 늦었습니다. 선수들에게 지각하지 말라고 해놓고 감독이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선수단과 직원들은 벼렀습니다. 그날 저녁 감독은 전 프런트와 선수단을 그 도시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에 데려갔는데 당시 금액으로 2만 달러 정도 나왔습니다. 계산하면서 감독이 말했습니다. “앞으로 지각하면 이 정도 벌금을 내야 할 거야.” 이게 바로 토레 감독의 리더십이었습니다. 다음 해 양키스는 우승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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