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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대한민국 치킨 맛집

입력 2025-12-19 08:02

[신형범의 千글자]...대한민국 치킨 맛집
내가 사는 동네에 유명한 치킨집이 있습니다. 매장 건물 벽에는 ‘전국 5대 치킨 맛집’이라는 배너가 커다랗게 붙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3대’니 ‘5대’니 하는 건 도대체 누가, 어떤 식으로 정하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맛은 있습니다. 여느 치킨 브랜드와는 다르게 메뉴는 프라이드, 양념 딱 두 가지인데 배달은 안 됩니다. 주중엔 매장에서 먹지만 주말에는 포장만 가능합니다. 전화로만 주문을 받는데 두세 시간 기다리는 건 기본입니다.

몇 년 전 유명 맛 칼럼니스트가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은 맛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인 적 있습니다. 한동안 관련한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치킨 업체들은 반발했고 덕분에 우리는 농가에서 키우는 육계의 크기, 사육일수와 사육방식, 다리살과 가슴살의 차이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알게 되는 건 재미있습니다. 그게 사람이든 음식이든 사물이든 대상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집니다. 취향이 단단해지면 소신을 넘어 하나의 철학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삶은 풍성해집니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많은 치킨을 먹었던지.

그런데 사실 맛이라는 건 굉장히 주관적입니다. 누구는 ‘소울 푸드’라는데 다른 어떤 사람은 혹평을 쏟아내는 일도 흔합니다. 그러니 맛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 없는 것 같은데 맛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이 버젓이 존재하고 활동하는 걸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도 같고요.

맛이라는 것도 소설이나 그림 같은 예술평론처럼 하나의 취향 공동체가 주관적 체험들을 모아 논의하고 합의해서 쌓아 올린 미학의 체계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축적들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자기의 감상을 공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객관적 사실을 다루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그 합의라는 것이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고 여러 사람이 단체로 오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지난 달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 대기업의 회장들과 굳이 삼성동의 조그만 치킨집에 들른 걸 보면 한국 프라이드 치킨이 맛이 없진 않은 것 같은데 앞서 말한 칼럼니스트는 입맛이 까다롭거나 기대수준이 보통사람보다 높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주말에는 맥주 한잔 놓고 치킨이나 뜯을까 생각 중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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