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 12일까지…생명의 순환 담은 신작 공개

세포 같기도, 달 같기도, 먼 우주의 행성 같기도 한 이 존재들. 함현선 작가의 '오늘의 탄생' 전시장 풍경이다.
작품 앞에서 작가를 만났다. 첫 질문은 당연히 '세포'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사실 시작은 산딸기였어요."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히 보던 작은 산딸기. 빨갛고, 작고, 만지고 싶고, 달콤한 그 열매가 함 작가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생동감 있는 그 감각이 세포의 생명성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산딸기를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로 확장해 표현하게 됐죠."

작업이 거듭되면서 산딸기의 구체적인 형태는 점점 사라졌다. 지금 캔버스 위에 떠 있는 원형들은 산딸기일 수도, 세포일 수도, 달이나 태양일 수도 있다. 작가는 그 모호함을 의도했다.
"집요하게 묘사하지 않았어요. 멀리서 보면 다양한 이미지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독특한 질감은 '주사기'에서 나왔다. 함 작가는 주사기로 물감을 뿌리고 번지게 하며 그리드 형태를 만든다. 물감은 흘러내리고 번지며 매번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우연한 효과를 억지로 통제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살리려 했어요. 인위적으로 만들기보다는 흐름 속에서 작은 개입만 더하는 방식이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푸른색과 핑크색에는 특별한 상징적 의미가 없다. "파란색은 제게 가장 편안한 색이에요. 핑크는 파랑과 대비되면서도 강렬하지 않아 균형을 주고요." 색채에 관심이 많지만, 색이 과도하게 앞서 나가는 것은 경계한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 함 작가는 '힘을 뺐다'. 첫 개인전 때와 달리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았다.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화면을 받아들였어요. 저도 편안했고, 관객도 편안하게 느끼길 바랍니다."
전시회 주제 '오늘의 탄생'은 세포처럼 소멸하고 다시 생성되는 삶의 순환을 담았다. 작가는 관객이 자신의 설명대로 느끼길 원하지 않는다.
"제목과 설명은 이해를 돕는 장치일 뿐이에요. 각자의 삶과 연결해 자유롭게 해석해 주세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세포 작가'로 규정되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세포라는 주제로 이야기할 것이 남아 있어 이어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완전히 새로운 작업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작업은 제 삶의 리듬에 따라 흘러가요. 충분히 쏟아낸 뒤에는 휴식기를 거쳐 다시 새로운 감정과 이미지가 생겨날 거라 믿습니다."
전시장을 나서며 다시 작품들을 바라봤다. 동그란 세포들이, 아니 산딸기들이, 아니 알 수 없는 존재들이 푸른 바다 위를 유영하고 있었다.
오늘이라는 하루가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그 사이로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 전시회 정보
• 전시명: 오늘의 탄생
• 작가: 함현선
• 기간: 2025년 12월 24일(수) ~ 2026년 1월 12일(월)
• 휴관: 12월 25일. 1월 1일
• 시간: 오전 11시 ~ 오후 6시
• 장소: 인사동 57th 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3길 17)
•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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