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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때리지 않았어도 이혼 사유가 될까? 경제적 통제와 학대,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입력 2026-02-11 09:00

조아라 변호사
조아라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많은 사람이 가정폭력이라고 하면 신체에 물리적인 가해를 가해 멍이 들거나 피가 나는 모습만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실제 법정에서 다뤄지는 가정폭력의 양상은 훨씬 교묘하고 복잡한 경우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배우자의 경제적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여 인격적으로 종속시키는 '경제적 학대'이다. 배우자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 역시 명백한 가정폭력의 일환이며, 재판상 이혼을 가능하게 하는 중대한 유책 사유다.

경제적 학대는 피해자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사회적 고립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서적 폭력과 궤를 같이한다. 배우자가 가계 수입을 독점하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생활비를 끊거나, 지출 내역을 분 단위로 감시하며 굴욕감을 주는 행위, 혹은 피해자의 명의를 도용해 빚을 지게 하는 행위 등은 가정이 더 이상 안전한 안식처가 아님을 의미한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혼인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피해자의 이혼 청구를 인용함은 물론 가해자에게 위자료 지급 의무를 부과한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이혼 후의 경제적 자생이다. 가해자들은 흔히 "나 없으면 네가 어디 가서 밥이라도 먹고 살 줄 아느냐"라는 식의 가스라이팅을 통해 피해자를 주저앉히고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기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재산분할 시 기여도를 판단할 때에는 직접적인 소득뿐만 아니라 가사 노동과 내조, 육아의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된다. 전업주부라 할지라도 가사 노동과 육아를 통해 공동 재산의 유지 및 형성에 기여했다면 충분히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가해자의 경제적 학대로 인해 피해자가 정당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면 이를 입증하여 보다 유리한 비율을 주장할 수도 있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자는 이혼 소송과 함께 위자료 청구를 통해 그간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가해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처분할까 봐 걱정된다면, 소송 시작과 동시에 가압류나 가처분 신청을 통해 재산을 동결시키는 절차를 밟으면 된다.

만일 아동이 있는 가정에서 경제적 통제가 이뤄졌다면 이는 '아동복지법'상 방임이나 유기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의 교육비나 식비를 고의로 주지 않는 행위는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이며,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이혼 소송 시 친권 및 양육권 박탈의 결정적인 사유가 된다.

법무법인 YK 천안 분사무소 조아라 변호사는 "가정폭력은 신체적 타격을 넘어 경제적 통제와 정서적 고립까지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개념이다. 경제적 학대는 피해자의 자존감을 무너뜨려 소송 의지 자체를 꺾는 위험한 행위로, 뚜렷한 증거만 있다면 법원에서 충분히 이혼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라며 "금융 기록과 정황 증거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재산 분할과 위자료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아내고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이루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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