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4.30(화)

글로벌 자금 "안전자산으로"… 아시아 증시 일제히 약세
국내 금융권 단기적 타격 제한적이지만 불확실성 높아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나오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관련 뉴스옆으로 원·달러 환율이 나타나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75.4원)보다 6.6원 오른 1382.0원에 출발했다. (사진 = 뉴시스)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나오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관련 뉴스옆으로 원·달러 환율이 나타나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75.4원)보다 6.6원 오른 1382.0원에 출발했다. (사진 = 뉴시스)
[비욘드포스트 박양지 기자]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 속 '보복의 고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심화되면서, 국제유가와 금값이 상승함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도는 모양새다. 15일 오전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동반 약세를 보였다. 국내 금융권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중론이지만, 사태 악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내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뒤, 이란은 12일 만에 무력 보복에 나섰다.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이스라엘에 자폭 드론과 탄도미사일 등 약 300기를 타격했다.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전면적 군사 공격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양국의 적대관계가 공고해진 이후 처음 일어난 일이다.

이스라엘은 방공 시스템 '아이언 돔'으로 99%를 요격했다고 밝혔으며, 1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이란에 맞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번 위기는 현 글로벌 금융시장이 고금리 장기화 전망과 인플레이션 고착화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장 변동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특성에 따라, 올해 들어 13% 상승하며 2,400달러를 넘어선 금값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국제유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12일 북해산 브렌트유는 6월물 기준 92.1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는 5월물 기준 85.66달러로 마감했다. 석유의 유통 흐름과 가격은 향후 위험성을 판단하는 중요 기준이 될 수 있다. 만일 이란이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게 될 경우 유가 급등은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는 중동의 불안성이 심화되면 유가 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유류세 인하 조치를 2달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15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생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 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경유와 CNG, 유가연동보조금 역시 같은 기간동안 연장이 결정됐다.

15일 금융위원회는 김주현 위원장 주재로 긴급 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두 나라의 군사적 충돌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분쟁 당사국에 대한 국내 금융사의 위험 노출도가 크지 않으며 외화 조달 여건도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고, 사태가 악화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타격을 줄 우려도 상존한다. 따라서 금융위는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 불안 발생시 현재 가동 중인 94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국내 금융시장 여건이 양호한 상황이고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한 정부의 대응 여력도 충분한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과도한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다"며 차분하게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국내 증권가 또한 변동성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15일 오전 아시아 증시는 전반적인 약세를 나타냈고 국내 증시 역시 1%대 하락세를 보였으나, 중동 리스크와 환율·유가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일단 제한적으로 보고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는 제안이 다수다.

KB증권 리서치본부는 15일 보고서에서 "물론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유가가 급등한 상태를 오랫동안 지속하며 경기사이클이 꺾이고 기업이익이 무너질 경우 주식시장 전망도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경우만 아니라면, 증시 조정폭은 기존의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pyj0928@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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