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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입력 2025-07-08 08:15

[신형범의 千글자]...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지난 주 대통령은 취임 30일을 맞아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질문과 순서를 미리 정하지 않고 기자들이 자유롭게 묻고 대통령이 답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입니다. 여기서 대통령은 공직사회를 로보트태권V에 비유해 설명했습니다.

로보트 그 자체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지만 조종석에 누가 앉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겁니다.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움직이고 영희가 조종석에 앉으면 영희처럼 행동한다는 것이지요. 철수와 영희가 아무것도 안 하면 공직사회는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된다며 공무원은 국민이 선출한, 즉 국민의 주권의지를 대행하는 지휘관에 따라 움직이는 게 의무라고 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15대 대선에서 여당인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일 때였습니다. 정부의 고위 국무위원 한 사람이 사석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다. 보수든 진보든 해당 정권에 맞춘 정책이 서랍에 다 있다.”고 말했답니다.

현 정부 유일하게 유임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 정부 때 야당이 주도한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가격안정법을 농업을 망치는 ‘농망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랬던 인물이 양곡법과 관련해서 “개정안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했었다.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료들의 ‘영혼’이 도마 위에 오릅니다. 관료는 정부의 철학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다는 변명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관료가 새 정권의 뜻에 따라 이전 정부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건 이젠 놀랍지도 않습니다.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5급 서기관으로 10년간 일하다 공무원 조직에 염증을 느끼고 퇴직한 노한동씨는 책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에서 ‘공직사회는 실제로 아무것도 안 하면서 항상 바쁘기만 하다’ ‘공무원 개개인은 영리할지 몰라도 공직사회 구성원이 되면 누구나 무능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 관료는 무의미한 노동과 쓸데없는 규칙, 구조적 비효율과 책임회피, 무기력한 일상과 좌절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공무원들의 행태를 보면 책에 있는 내용이 틀린 것 같진 않습니다. 국민의 공복을 자처하지만 권력자에게 약하고 국민에겐 강합니다. 복지부동, 무사안일은 기본이고 정책은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사명감을 가졌던 똑똑한 공무원들은 회의를 느끼고 조직에서 이탈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내란 사태’ 이후 더욱 심해졌습니다.

거의 모든 나라의 관료제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거대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안정성과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둘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도 구글 같은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관료사회에서 구현된 사례는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번에는 제대로 일하는 정부, 그 일을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내는 공무원들을 기대해 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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