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ad

logo

ad
ad
ad
ad
ad

HOME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요즘 어떻게 지내?

입력 2025-07-15 08:07

[신형범의 千글자]...요즘 어떻게 지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자주 볼 때는 일 년에 몇 번씩 만나 밥 먹고, 수다 떨고, 운동하며 놀던 친구인데 뭐가 그렇게 바쁜지 요 몇 년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친구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습니다. “그냥 그렇지 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습니다.

“넌 어때, 요즘?” 나도 물었습니다. “난 요즘 행복하게 잘 지내” 친구의 대답을 듣는 순간 조금 전 내가 했던 말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하다못해 “그럼, 잘 지내지”라고 말해도 괜찮았을 텐데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 하고. 그러면서 마음먹었습니다. 나도 앞으로 친구처럼 행복하게 지낸다고 말해야지, 라고.

생각해보니 친구는 언제나 그랬습니다. 우연히 간 식당 해장국이 정말 맛있어서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아내와 가까운 수목원에 갔다가 싸웠는데 화해하려고 같이 술 한잔 하다가 둘 다 만취해서 왜 싸웠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노을이 너무 예뻐서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보고 있었는데 그런 기억이 참 오랜만이었다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에 나왔는데 괜히 반갑더라고.

친구는 늘 작고 사소한 것에 감탄하고 무심하게 넘길 일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기쁨과 즐거움, 자랑거리를 찾아내 자기의 행복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내 근황도 만만치 않습니다. 늘 하던 운동 패턴을 바꿔 근력운동을 늘렸더니 다른 근육이 발달한 것, 게으름 때문에 숙제처럼 묵혀 마음에 앙금으로 남았던 자전거를 고쳐 속시원한 일, 같이 교회에 다니는 분이 직접 농사 지은 감자를 나눠 줘 찌고, 굽고, 전으로 부쳐 먹은 일 등 나도 할 얘기가 적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삶의 사이사이에 잠깐씩 나타나 반짝이는 반가운 일들이 내 일상을 차분하게 지켜주는 것 같습니다. 걱정되는 일, 잘 풀리지 않는 일, 누군가에게 실망하게 된 일,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실망시킬 수밖에 없는 일 등이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이런 정도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그런 뜻에서 나는 친구에게 ‘그냥 그렇다’고 대답했던 건데, 그리고 그런 정도가 지금 내 상황에 대략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한 건데 내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행복한 줄 몰라서가 아니라 겨우 그런 정도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게 행복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친구는 일상에서 누려온 소소한 일들에 감사하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일깨워주고 싶었나 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