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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글은 고칠수록 좋아진다

입력 2025-09-02 07:48

[신형범의 千글자]...글은 고칠수록 좋아진다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도 처음 쓴 글은 엉망진창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프로 작가도 그럴진대 취미로 글 쓰는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글이라는 게 술술 잘 써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잘 풀리지 않아 오래 붙들고 있다가 겨우 마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어느 쪽이 됐건 다 쓰고 나면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 않은 건 언제나 같은 마음입니다.

쓰는 과정이 지난했기 때문에 거기에 칼과 톱을 들고 뼈를 부러뜨리고 살을 발라내는 작업이 마뜩할 리 없습니다. 그러나 프로든 아마추어든 퇴고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퇴고를 잘하려면 자기감정을 잘 다스리고 냉정해야 합니다. 자신과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장점과 단점까지 파악하면 더 좋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조언과 비판에 귀를 열어 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도스토옙스키 같은 하늘이 내린 천재는 이 모든 게 싫어서 퇴고를 안 했다고 하는데 그가 만약 퇴고까지 했더라면 훨씬 더 위대한 작품을 썼을 게 분명합니다. 어쨌든 절대다수(거의 모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의 글은 고칠수록 좋아집니다. 열 번 고치면 열 번 좋아지고 백 번 다시 쓰면 백 번 나아집니다. 이건 내가 보증합니다.

참고로 나는 보통 네다섯 번 정도 고칩니다. 처음엔 주제에 맞게 글의 흐름이 논리적 하자는 없는지, 앞뒤와 맥락이 자연스러운지 검토합니다. 다음은 인용한 사례나 데이터에 오류가 없는지, 어색한 문단은 없는지 보고 중언부언하거나 주술관계가 맞는지도 따져 봅니다. 쓴 글을 묵혀 뒀다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 다시 읽어보는 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됩니다. 문장의 길이와 호흡을 점검하는 건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뤄집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한번 나온 표현을 다음에 다시 쓸 땐 가급적 의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다른 표현을 고릅니다. 어떤 이는 문장은 짧게 써서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나는 긴 문장과 짧은 단문을 섞어 쓰는 편입니다. 그게 읽는 호흡에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입니다.

내가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실수도 파악합니다. 초고를 보면 “~하고 있다”라는 표현을 생각보다 많이 씁니다. 또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써서 문장을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 조심하는 편인데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 원고를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종 업로드하기 전에 사심 없이 읽어줄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건 정말 행운입니다. 재미없는 원고를 끝까지 정성스럽게 읽어 주고 솔직하게 조언하는 지인이라면 천군만마와 다름없습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그의 지적에 반박하지 않는 것입니다. 칭찬을 제외한 모든 말들은 비난과 도전으로 여기는 게 사람 마음이지만 화내고 변명하고 반박하는 건 부질없는 짓입니다. 그저 고맙게 받아들이고 수용할지 말지는 본인이 판단하면 됩니다. 나는 그런 첫 번째 독자가 돼 줄 사람이 없는 게 애석할 따름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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