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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한 경쟁 시대… 공감은 공동체 존속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황수영 박사

입력 2026-01-16 14:12

황수영 교육학 박사
황수영 교육학 박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멈출 수 있는 것은 국제질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의 도덕성뿐”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경쟁의 사회에서 개인의 판단과 힘이 국제 규범이나 공동체의 합의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공동체를 보호하던 외부 규칙이 힘을 잃을 때, 경쟁 사회에서는 힘의 논리에서 우위를 선점한 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진다.

이러한 경쟁 논리는 국제사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교육, 경제, 노동 전반에서 경쟁이 일상화된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경쟁이란 본래 제한된 기회를 차지하기 위해 타인과 겨루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소수는 성취의 기쁨을 누리지만, 다수는 탈락자가 된다. 문제는 성취는 개인의 능력으로, 실패는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환원되면서 경쟁의 구조적 조건과 불평등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마이클 샌델이 지적했듯, 이러한 인식은 사회적 불평등을 개인의 책임으로 치환하며 공동체의 연대 기반을 약화시킨다.

그렇다면 불평등하게 기울어진 힘의 논리를 제어할 외부 규칙이 작용하지 않을 때, 이를 균형 잡는 방법은 없을까?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공동체적 삶을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여온 사회적 존재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공감은 타인의 상황과 고통을 인식하고 그에 반응함으로써 집단의 협력과 존속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제로 설명된다.

그러나 자원이 한정된 사회에서 경쟁이 상수로 작동하는 오늘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 속에서 공감은 인간 내면의 규칙으로써 그 가치를 다시 살펴볼 수 있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공감을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했다.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인지적 요소와 그 감정이 ‘자기’에게로 전이되는 정서적 요소를 동시에 포함한다.

이로써 공감은 개인과 타자를 연결하고, 자기 이익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에 제동을 건다. 흄에 따르면 공감은 사적 이익을 제어하고 공공의 이익 형성을 가능하게 하며, 제 3자의 사회적 개입을 촉발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공감은 타인만을 향한 감정이 아니라, 자기와 타인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사회적 조절 장치인 셈이다.

이러한 논의는 현대 뇌과학 연구에서도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황수영과 윤미선(2016)」 은 경쟁 상황에서 개인의 공감 능력이 두뇌 활동에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실험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는 타인을 이해하는 뇌 영역의 활성화가 두드러졌으나, 경쟁 상황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공감 능력이 높은 개인의 경우, 경쟁 상황에서도 타인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내측전두피질(mPFC)의 활성화가 유지되었다. 이는 공감이 경쟁을 중단시키지는 않지만, 경쟁 속에서도 타인을 고려할 수 있는 인지적 여유를 확보하게 함으로써 경쟁의 방향을 중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결과는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경쟁에서 우위에 서야 하는 상황에서도 공감은 타인을 밀어내고 배제하는 선택을 막고, 공존의 가능성을 다시 가동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감은 경쟁이 공동체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치닫지 않도록 조율하는 장치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사회는 단기적으로 효율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공동체의 존속 자체를 위협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공감을 개인의 도덕적 성향이나 선택의 문제로만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교육 현장에서의 지속적인 공감 교육은 물론, 공감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과 정책적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실제 삶에서 타인을 돌아보고 함께하는 행위가 체화되어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무한 경쟁의 시대일수록, 공동체를 존속시키는 최소한의 조건으로써 내면 규칙으로 작용하는 공감의 가치를 다시 살펴보아야 할 때다.

황수영

교육학 박사

전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주요 연구분야 : 행복, 공감, 디지털 전환, AI 활용

황수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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