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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띠의 기준은 입춘?

입력 2026-02-04 08:01

[신형범의 千글자]...띠의 기준은 입춘?
올 겨울, 유난히 추운 것 같습니다. 삼한사온이 잘 지켜지지 않고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일주일, 열흘씩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겨울이 전반적으로 포근했던 터라 올 초부터 몰아치는 겨울바람이 한층 혹독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아무리 매서운 추위도 자연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늘 그랬듯이 계절은 조용히 다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이자 봄을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입니다. 입춘의 입을 ‘들 입(入)’이 아닌 ‘설 립(立)’으로 쓴 선조들의 지혜가 남달라 보입니다. 봄이라는 계절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꽁꽁 얼어붙은 겨울의 대지 위로 봄이라는 생명의 기운이 스스로 ‘일어서는’ 현상을 꿰뚫어 본 통찰로 여겨집니다.

계절은 여전히 겨울이지만 이 때쯤 햇빛이 강해지고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지가 지나면 태양이 다시 북반구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구 땅이 달궈지는 데 시간이 걸려 입춘이 지나고 한 달 정도 지나야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달쯤 뒤인 경칩(3월 6일)이 돼야 봄이 시작한다고 보고 춘분(3월 22일)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리학에서 사주가들은 입춘을 해가 넘어가는 기준점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사주학에선 1월 1일 이후라도 입춘 전에 태어났으면 전년도에 태어난 사람과 띠가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띠가 바뀌는 기준을 입춘으로 믿는 분위기인데 이 설의 근원은 어디까지나 사주가들의 이론입니다. 띠와 관련해서 소수설로는 동지를, 천문학적으로는 춘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문에 써서 붙이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상식처럼 알고 있지만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지역이나 집안마다 각자 다른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어떤 집은 “봄이 들면 쌀독이 찬다” 같은 실속형 문구를, 또 “올해는 병 없고 무탈하기를” 같은 현실적인 문장을 써 붙인 집도 있었는데 뜻이 좋고 짧은데다 글자 모양이 예뻐서 압도적으로 “立春大吉”이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입춘첩을 붙이는 것도 ‘대문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에 붙여야 복이 들어온다’든지 ‘입춘 시각이 지나기 전에 붙이면 아직 봄이 안 와서 효력이 없다’ 같은 규칙도 눈에 띕니다.

여전히 춥지만 입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비록 피부에 닿는 공기는 차고 눈앞에 벌어지는 풍경은 삭막해도 땅 밑에서는 새 생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뜻입니다. 조용히 살금살금 다가오는 봄처럼 우리들 각자의 희망도 움트고 싹이 나길 바랍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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