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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판사를 위한 변명

입력 2026-02-03 08:04

[신형범의 千글자]...판사를 위한 변명
법정에서 판사의 권위는 절대적입니다. 유죄와 무죄, 형량까지 모두 판사에게 달려 있으니 소송 당사자와 변호사들은 판사 앞에서 몸을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결을 내리지만 판사는 재판할 때 국민들로부터 재판을 받습니다.

주가조작과 ‘명태균게이트’ 혐의에 대해 김건희씨가 무죄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주가조작에 가담한 정황이 수두룩하고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에 개입한 육성 녹음파일을 전 국민이 다 들었는데 설마 무죄일까,라고 믿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지난 주에 법과 상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혐의에 대한 판결도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2019년 구속 기소 이후 7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1심에서 무죄, 2심에선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다시 예고됐습니다.

판사가 내리는 판결은 곧 국가의 사법적 의사결정을 의미합니다. 흔히 말하는 ‘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표현은 판사는 법원 조직의 부하나 일부가 아니라 헌법에 연관된 판단의 주체라는 뜻입니다. 즉, 상급법원이나 대법원장은 물론 여론과 정치권의 압력에 영향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으로만 판단합니다.

그런데 왜 같은 사안인데 판사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걸까요. 거칠게 요약하면 ‘법은 같지만 적용은 사람의 판단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법 조항은 대개 이렇게 돼있습니다. ‘O년 이상 O년 이하의 징역’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상당한 손해가 발생한 때’. 이런 표현은 기계적으로 하나의 답만 나오게 설계된 게 아닙니다. 무엇이 ‘정당한’지, 어느 정도가 ‘상당한’지는 판사의 해석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같은 기록을 봐도 판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건 판사가 법을 잘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경험, 가치관, 직관이 개입돼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전직 국무총리의 형량을 두고 많은 국민이 후련해한 것처럼 양형에 대해서는 유.무죄 판결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에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판사의 독립’은 ‘내 마음 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누구도 대신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판결이 국민상식과 동떨어져도, 정치적으로 불리해도, 사법기관이 불편한 입장에 처해도 전적으로 판사 개인이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판결의 다양성은 ‘결함’이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결과입니다. 물론 지나치게 큰 편차, 납득하기 어려운 양형 같은 건 문제지만 모든 판결이 기계적으로 똑같다면 오히려 사법이 관료화, 행정화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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