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포토에세이]...만약에 우리](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3030824310470246a9e4dd7f220867377.jpg&nmt=30)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걸 내가 알게 된 것은 언제였을까요.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을 배우기도 전인 아주 어렸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한참 후에 ‘회자정리’가 불교의 법화경에 나오는 말이며 헤어진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거자필반(去者必返)’과 쌍을 이룬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요즘 사랑은 쉽고 빠릅니다. 하트 모양 이모티콘, ‘뭐해?’ 같은 가벼운 질문 하나로도 충분히 사랑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상처받지 않을 만큼 다가가고 거리를 유지합니다. 그러니 부담도 없습니다.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관계, 이런 걸 요즘은 사랑 대신 ‘썸’ 혹은 ‘플러팅’이라고 부르는가 봅니다.
내가 여전히 사랑이라고 믿는 사랑은 이를테면 소설 《소나기》 《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그것입니다. 그 사랑들은 고백조차 완성되지 않습니다. 손을 잡기는커녕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 같은 것도 없습니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전부이자 비를 함께 맞았다는, 같이 별을 봤다는 기억 하나만으로 서로를 그리워합니다. 확실히 예전의 사랑은 지금보다 훨씬 느리고 서툴고 진지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는 요즘 시대의 사랑을 잘 모르는 구닥다리 꼰대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사람들도 가볍게 사랑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 한편으로 깊은 사랑을 갈망할 지도 모릅니다. 조건 없이 선택 받고 비교되지 않고 대체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여전할 것입니다. 단지 가벼운 시대에 깊은 사랑을 하는 건 비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주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주인공들은 만나서 헤어지고 다시 만나 “만약에 우리…”라고 말합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은 열반을 예고한 석가모니가 슬퍼하는 제자 아난을 위로하며 한 말입니다. 만나고 헤어짐 중 선택하지 않은 쪽의 가능성을 가정해 보는 제목 ‘만약에 우리…’가 인간적으로 느껴집니다. 오늘 사진은 영종도에서 찍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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