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분하게 윤종우의 입장을 공감하다가도 “근데 아까 그 아저씨 진짜 죽이고 싶었죠?”, “자기는 자신이 여기에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죠? 나는 이 사람들하고 다르다. 그런데 사실은 불안하죠? 이 사람들처럼 되면 어떡하지”라고 말하며 윤종우 내면의 분노와 불안함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말로 그를 놀라게 했다.
그런가 하면 서문조는 고시원 주인 엄복순(이정은 분)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엄복순이 그에게 윤종우가 순경 소정화(안은진 분)와 자주 만나고 있는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하자 서문조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저 못 믿으세요?”라고 말하며 두 사람 간의 묘한 긴장감을 조성해 시청자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정신을 다잡은 종우는 자신이 어두운 복도에서 고시원 타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황을 인지했고, 그 순간 이들을 두려워했던 안희중(현봉식)을 이해했다.
자신 역시 ‘지금 웃고 있는 이 사람들이 두렵다’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보였던 서문조에게 화가 난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는 “아까 그 아저씨 진짜 죽이고 싶었죠”라며 종우의 말문을 막았다.
“이 사람들처럼 되면 어떡하지? 아니면 여기 사는 것만으로도 벌써 이 사람들처럼 되는 거 아니야?”라며 종우의 불안을 직시한 서문조. 종우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이동욱은 ‘서문조’ 캐릭터로 분해 매회 상상 이상의 강렬한 살인마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날카롭고, 아는 듯 모르는 듯 속을 꿰뚫어 보는 대사들로 안방극장에 긴장감과 쫀쫀함을 선사했다.
이동욱은 등장인물들과의 각기 다른 관계들을 그려내며 예측 불가한 전개로 극을 더 풍성하고 몰입도 있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이동욱이 그려낼 서문조의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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