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준강간죄의 성립이 강간죄의 성립에 비해 입증하기 까다롭다는 것이다. 강간죄는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의 의식이 명료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술할 수 있다. 그런데 준강간죄는 이미 사람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이 발생했는지 기억하기 어렵다. 특히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준강간죄는 사람이 정말 의식을 상실하여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그 순간의 기억을 잃어 버린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준강간죄 사건에서는 블랙아웃과 패싱아웃의 구분에 대한 논란이 자주 벌어지곤 한다. 알코올로 인한 의식 소실의 상태가 어느 정도였는지 따져 그에 따라 준강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우선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술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거나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나 대응, 조절 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여야 한다. 만일 알코올의 최면 진정 작용으로 인해 수면에 빠져든 의식상실, 즉 패싱아웃 상태라면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블랙아웃은 패싱아웃과 달리 행위자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는 것에 불과하다. 즉, 그 순간에는 충분히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이 심신상실의 여부를 알기 어려웠다면 사건 발생 후 당사자가 당시 기억을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준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결국 준강간 사건에서는 사건 발생 전후 행위자가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지에 따라 블랙아웃인지 패싱아웃인지 구분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주변 CCTV나 목격자에 의해 포착된 피해자가 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다면 이는 패싱아웃으로 볼 수 있고, 준강간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외관상 스스로 몸을 가누고 보행이 가능하거나 말투가 분명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라면 블랙아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무법인 위드로 유상배 검사 출신 대표변호사는 “이 밖에도 준강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왜 술을 마시게 되었는지,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셨는지, 두 사람이 평소 어떤 관계였는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어떠한 증거를 얼마나 수집해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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