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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추진 김동연표 '예술인 기회소득', 예술인 반응 다양

입력 2023-01-24 15:28

사회적 가치 창출하지만 보상 못 받는 예술인 지원

[비욘드포스트 김형운 기자] “예술인의 가치를 높이 사고,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예술에 집중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수원에 사는 성악가(테너) 김진열(52)씨의 삶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에는 10월 한 달 동안에만 20여 개 무대에 섰지만,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줄어 최근 3년 동안 맡은 공연은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김씨의 부수입이었던 성악 레슨도 많을 땐 8개까지 맡았지만, 코로나19로 줄어들다 지금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김씨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공사현장에 나가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일정잡기 편하고,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6일을 현장에서 일하고, 공연이 잡히면 연습에 매진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일 경기도청 1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3 '기회의 경기' 도민과 함께하는 새해 인사회에서 다소니챔버오케스트라단 단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일 경기도청 1층 대강당에서 열린 2023 '기회의 경기' 도민과 함께하는 새해 인사회에서 다소니챔버오케스트라단 단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최근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예술인 기회소득'은 김씨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김씨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생활에 보탬이 될 테고 그만큼, 조금이라도 예술에 집중할 기회가 생긴다는 측면에서 취지가 좋다"며 예술인 기회소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더 많은, 더 나은, 더 고른 기회를 만들겠다'는 도정가치를 내세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정책 '예술인 기회소득'이 올 하반기 시행될 예정이다.

기회소득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구조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다. 도는 첫 대상으로 예술인을 선정, 하반기 시범사업을 시행할 방침이다.

'예술활동증명' 유효자 가운데 도내 거주하는 중위소득 120% 이하 예술인을 대상으로 연 120만 원의 '기회소득'을 현금으로 제공한다. 전문 예술인임을 증명하는 공적인 제도인 '예술인활동증명'을 기준으로 잡았다.

성남·용인·고양시를 제외한 도내 28개 시·군 거주 1만1000명의 예술인이 기회소득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김예령(27·여)씨는 예술인 기회소득에 대해 "기회를 늘려주는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예술 활동과 수입을 얻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2~3일은 문화 공간 재창조를 위한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나머지 시간은 작업에 쏟는다.

그는 "예술로 성과를 이루고 어떤 반열에 오르는 것 자체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초기 투자도 많이 필요하다. 열심히,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언제 성과를 이룰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고, 예술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계 유지를 위해 일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 예술인에게 기회소득이 예술활동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도 했다.

예술인 기회소득 사용처에 대해서는 "큰 금액이 아니라서 아무래도 생활비에 주로 쓰일 것 같다. 가계에 보탬이 되면 그만큼 예술 활동이나 작업의 기반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다만 예술인에게 시혜적 지원을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예술인이 사회적으로 가치를 창출한다고 인정할 만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예술인증명'이 있다고 해서 그들이 '사회적 기여'를 하는지 명확치 않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기회소득 지원 자체가 불공정,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술인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에 대해 사회적 합의, 공론화 등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연극·영화분야에서 활동 중인 강은아(58·여)씨는 "예술인 기회소득은 창작 의욕을 북돋아주는 사업"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씨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다른 업종도 많지만 예술인 기회소득을 먼저 시행한다는 건 예술인의 가치를 높게 산다고 볼 수 있다. 예술인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이 어떤 존재인지, 예술인이 어떤 일을 하는지 상기시켜주고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부분을 알릴 기회"라며 "그만큼 예술인들이 생활 속에 예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예술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을 나누고,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예술 활동을 위해 연 120만원이라는 금액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예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변에서 배달, 편의점 알바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예술인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또 "시작부터 모든 이들이 만족할만한 사업을 하긴 쉽지 않다. 금액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어렵더라도 힘을 내서 좋은 예술 작품을 만들 기회를 제공한다고 본다. 이번 사업이 앞으로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20~21일 경기도에서 개최한 경기도 예술인 소통 간담회에서도 예술인 기회소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현장에서는 "예술활동증명 발급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문제가 있다. 최근 예술활동 실적이 없지만 준비 중인 예술인도 지급 대상에 포함됐으면 좋겠다", "예술의 공공재적 가치를 인정해 기회소득을 지급한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사업을 통해 예술인에게 기대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등 의견이 나왔다.

도는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협의, 연구용역 등을 진행 중이며, 다음 달 기회소득에 대한 예술인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공론화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예술인들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다. 예술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하반기 시행 예정인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할 부분 등을 반영해 '기회소득'이라는 새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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